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존경하는 은사님께 보냅니다
작성자 김*경 2024-05-06
방멸록 샘플
사랑하는 이해웅 은사님께

스승님 은퇴하신다는 소식에 귀국한 친구와 오랜만에 나눈 짧은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때로는 엄격하지만 따뜻한 미소로 우리의 아픔과 영혼을 어루어 만져주시며 함께 한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 때마다 인격이 자라면 좋으련만 자꾸 고집이 세지네요.
세상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교만해지네요.
그 가르침처럼,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이삭처럼, 바위틈에서도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나의 삶 속에 좋은 향기가 품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픈 사람, 모난 사람, 부족한 사람 품어주고
부한 사람, 잘난 사람 아우를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려니 그 동안 잊고 지내온 이름들을 기억하여 들추어냅니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살아오다가 문득 생각나는 얼굴들,
그 추억들을 한 개씩 꺼내어 웃으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 하던데, 육체는 쇠하여져도 영과 마음만은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삼행시를 지어 올리겠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짐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청년의 때를 지나 사회에 발을 들이고,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동안, 우리 스승님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좋은 믿음의 본이 되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해가 졌다가 내일 아침 다시 떠오르면

웅크려 있는 날개 펴시고 세상 끝까지 자유롭게 날아가십시오. 저희에게 보여주신 그 사랑 베풀며 살아가겠습니다.

2024년 5월에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을 담아 김애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