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이글이 하늘에 닿는다면
작성자 이*정 2024-05-07
방멸록 샘플
김경희 선생님

어느덧 제가 선생님께서 작고하신 나이가 되어가고 있네요. 이 나이를 살아보니 참으로 잘 살고 싶은 열정이 피어오르는 때라는 생각이 되네요. 하물며 선생님께서는 꼬물거리는 자녀 셋을 두셨으니 얼마나 더 아픔 마음을 안고 눈감으셨을까요?

첫 발령나셨던 1993년. 포천 시골에서 촌티 줄줄나는 말괄량이의 어떤 모습을 보고 불러서 이야기하셨을까요? 그 덕분에 저는 20년차를 바라보는 교사가 되었습니다.

낯가리고 셈도 잘 못하고 툭하면 우는 저를 불러 공부 이야기도 해주시고 고개를 들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용기도 불어넣어주시고 저는 그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교사가 되서 찾아뵈었을 때는 이미 말기 위암 환자셨지요. 눈물이 앞을 가리고 후회가 막급해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이듬해 돌아가셨다는 부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더없이 안타까웠지요.

건강검진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질병이 교단에서 쓰러지고 나야 알게 되었다는 기막힌 이야기. 선생님은 그때도 반에 나 닮은 아이가 있었다면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의 관심이 저에게 새생명을 주었습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납니다. 어디에 계시든 고통 없이 그때 처럼 웃으며 지내시길 빌게요. 그리고 가서 만나게 되면 꼭 안아주세요. 선생님 생전에 바쁘다고 한번 더 못찾아뵌 제자를 용서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주볌 논에 가서 풀이름, 꽃이름을 알려주셨던 게 생각나요. 라일락을 수수꽃다리라고 부른단다. 저는 지금도 들꽃을 보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베란다 화단에 꽃사진 영전에 바칩니다. 사랑하는 제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