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선생님은 제게도 선생님이셨습니다.
작성자 황*영 2024-05-07
방멸록 샘플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이제 너무 멀어져 찾아뵙기도 어려워졌지만 이맘때면 늘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선생님 덕에 저는 여전히 선생님으로 남아있습니다.
2년차 봄 저희 반 학생이 장난감을 가방에 넣으라는 말에 흥분하여 의자를 집어 던졌을 때, 저는 그 자리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다른 학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협의실에서 가라앉지 못하는 마음을 겨우 붙들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때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아직 신규였던 전 선생님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났었습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줄 분이란 걸 바로 느꼈기 때문일까요? 그때 선생님의 위로와 조언은 10년차가 넘은 지금도 제 버팀목입니다. 그 덕에 크고 작은 위기들을 넘기며 여전히 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협의실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 저를 위로해줄 분이 없었다면 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 겁니다. 스승의 날이 가까운 5월이 오면 여전히 그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선생님, 안부 인사만 나눈 채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올해는 꼭 찾아뵙고 같이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교직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