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저는 사실 존경하는 스승이 없었습니다
작성자 임*원 2024-05-08
방멸록 샘플
존경하는 최귀선 교장선생님^^
제 짧지않은 교직생활 중 단 한번도 존경할만한 교장선생님을 만난적이 없었습니다. 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교장선생님들을 만나 교장이라는 자리엔 저런 인성을 가진 분들만 올라가는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처음 뵌 그날도 제 관리자 한분을 억지로 의전해야만 했던 행사 자리였습니다. 그날 최귀선 교장선생님은 아랫사람들만 지시하던 다른 관리자분들과 다르게 스스로 의자도 들어 옮기시고 본인의 발로 뛰어다니시며 솔선수범하셨고 저는 그모습이 너무 인상이 깊어 다음 근무지로 최귀선 교장선생님이 계신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행사날 보았던 솔선수범의 모습은 교장선생님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들은 다들 교장선생님이 본인을 친애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을 살뜰이 배려해주셨기 때문이죠.
저 역시 교장선생님께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임신이 되지않아 시험관시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허심탄회한 고민상담을 우연히 하였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어느날 교장실로 조용히 부르시더니 좋은 미역을 샀는데 임소원 선생님것도 하나 샀다며 한봉지 챙겨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교과전담을 하며 임신을 잘 준비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이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감사의 눈물이 납니다. 퇴임식을 크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극구 사양하시며 여느때처럼 손 흔들고 떠나신 교장선생님. 모든 선생님들이 아쉬워서 떠나는 교장 선생님의 차 앞을 가로막는 시늉까지 하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교장 선생님. 저는 4차의 시험관 시술 끝에 예쁜 아들을 낳고 엊그제 두돌 생일파티를 해주었습니다. 혹시나 궁금하실까봐 저희 가족 사진도 보냅니다.
저도 최귀선 교장선생님처럼 좋은 스승이 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