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생님♡
작성자 장*민 2024-05-08
방멸록 샘플
배미랑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초등교사가 된 제가 교실에서 문득문득 생각나시는 분이 바로 제 5학년때 담임선생님ㅡ바로 배미랑선생님이셨어요. 지금도 여전히 교편을 잡고 계실까요~? 초등4학년까지 저에게 교실은 좀 어두운 공간이었어요. 늘 주목받지 못하는 그늘 속의 저로 기억되는 제게 5학년 시절은 정전된 공간에 갑자기 전기가 들어온 듯 지난시간과 극과 극 반전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어요. 인생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 말이예요.
그건은 서서히 밝아오는 동트는 아침같은 순간이 아니라 흑백이 갑자기 총천연색 칼라로 바뀌는 순간~ 열 두살 제 인생의 중심에 바로 배미랑 선생님이 계시답니다.
키고 크시고 긴~머리 제 기억으로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쁘셨던 배미랑선생님 여름날 선생님의 얇고 흰 손목에 있던 옥색 굵은 팔찌가 아주 선명히 기억이 나요. 4학년때 까지와 대비되는 5학년의 제 기억은 이래요. 거울을 보다가 처음으로 '아 나도 예쁘네 예쁜얼굴이구나' 집에서 늘 골지다ㆍ 입이 나와있다ㆍ 짜증순이 등등의 평을 받던 저에게 제 스스로 예쁘게 보이게 된 건 엄청난 변화였지요. 처음으로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공부가 좋아졌고 어느 날 시험을 기대 이상 잘 보았어요. 반에서 늘 1등을 하던 친구가 다가왔고 우리는 절친이 되었어요. 그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보니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어느덧 전 1.2등을 다투던 공부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어요. 우리 반은 공개 수업을 했고 그 때 선생님께서는 (크로키)라는 미술기법이 있다시면서 꽤 여러날 크로키를 연습했던 기억이 아주 행복했어요. 실력이 자라는걸 느꼈어요. 어린나이 였지만 선생님은 수업을 참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가 재미있어진건 정말 선생님 덕분이랍니다. 또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바로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혼자 노래를 불러주셨던 기억이예요. 깊은산 오솔길옆 조그마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고운 목소리로 불러주셨던 (작은 연못)은 아직도 또렷하고 소중한 한 장면으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5학년 가을소풍 사진 속 단체 사진속에는 ( 늘 교실의 변방에서 선생님 가까이 부끄러워 가지도 못하던) 제가 맨 앞줄 가운데 배미랑 선생님 왼쪽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있답니다. 그 사진을 볼 때면 아 내가 여기서 사랑받았구나 여기서 존중받았구나. 이 교실은 나를 꽃피워주었구나 싶었어요. 선생님, 배미랑 선생님 ~~ 그렇게 변방에서 중심가까이 끌어내 주시고, 저를 괜찮은 아이로 볼 수 있도록 자존감을 높여주신 선생님 교직20년이 된 지금도 나도 그 때의 선생님처럼 나도 좋은 선생님일까 생각해봅니다. 선생님 어디서 지내시는지 알지 못하지만 저에게는 배미랑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선생님의 제자 혜민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