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사랑하는 정영숙 선생님께
작성자 심*화 2024-05-08
방멸록 샘플
사랑하는 정 영 숙 선생님께
 
중학교 2학년 신학기 때
이쁘시고 머리가 길며 날씬하신 정영숙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아니어서 넘 아쉬웠지만요. (상일이 담임샘이셨지요.)
칠판에 쓴 선생님 글씨는 지금껏 내가 본 가장 멋진 글씨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교직생활 33년 동안 따라 쓰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ㅋㅋㅋ
열정어린 선생님의 수업에 빠져들면서 국어시간이 기다려졌고 그때이후로 국어과목에 자신감이 붙었으며 대학에서도 국어교육을 전공하게 되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수준에 맞는 설명과 반복학습으로 정확한 문법을 가르쳐 주셨고
방학과 학기말을 이용하여 다양한 독서를 직접 읽어 주셨지요.
독서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키워 주셨고 독서의 중요성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읽어주셨던 이효석의 봄봄,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정영숙 선생님께서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었을 때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은 배가되었고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인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좋고 또 좋았습니다. 선생님이 계셔서 우리의 중학교 생활도 더욱 보람있고 활기찼습니다.
 
덕산 중학교 졸업 후
낯선 청주로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도 선생님 집이 청주라서 그냥 좋았습니다. 어느 주말, 터미널 옆에서 가까운 사직동 선생님 댁으로 장명숙이랑 놀러 갔습니다. 집안에는 선생님께서 쓴 서예작품이 걸려 있었고 제 눈에는 집이 호텔처럼 근사했습니다.
반찬이 없어서 어쩌냐 하시면서 금방 상을 차려 나왔는데
맛있는 김치에 계란 후라이, 김 그리고 정성이 담긴 따듯한 밥 한 그릇과 찌개반찬이었는데 제가 고등학교 때 먹어 본 최고로 맛있는 밥상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축복 해 주어야 했지만
결혼식 날 우리는 바보처럼 선생님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제 기억으로는 시장 한복판 복잡한 곳에서 선생님이 공주님처럼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결혼식을 했는데 친구들과 훌쩍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선생님이 좋았었다는 증거겠지요?
 
선생님은 결혼을 하시고
우리는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같은 서울아래 든든한 선생님이 계셔서 넘 좋았습니다.
그래서 눈치도 없이 선생님 이사 가실 때마다 친구들을 데리고 선생님 집엘 갔나 봅니다. 지영이를 낳아 기르던 마당이 있던 상도동 신혼집에도 분양하여 입주한 고덕동 아파트 그리고 터미널 가게까지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 귀찮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덕동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혜영이 데리고 터미널에 가면서
혜영이 일기장(동시집)을 보고 또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혜영이 나이가 5살정도 였는데 일기도 잘 썼고 동시도 참 잘 지었습니다.
선생님의 똑똑하고 사랑스런 두 딸을 보면서 저도 우리아이들을 선생님처럼 키우려고 많이 애썼습니다.
 
예은이 예신이 볼 때마다 용돈도 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 주시고
용기와 격려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친정식구들 중 정영숙 선생님은 몰라도 터미널 선생님은 다 알고 있답니다.
요즘도 우리 아버지는 토미날 선생님 잘 계시냐고 한다니까요.ㅎㅎ
 
기화에게 뿐 아니라 우리 친구들에게
항상 지혜를 주시며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신 고마우신 선생님,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이 계셔서 참 많이 든든했습니다.
 
선생님,
아프지 마시고
우리 친구들 곁에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기도로 열심히 하셔서 앞으로도 쭈욱 우리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세요. 선생님,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4년 5월 15일.
우리들의 48년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기화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