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오십 년 만에 불러보는 b선생님
작성자 이*우 2024-05-09
b선생님!

베란다벽에 마삭줄이 벽화처럼 무성한 숲을 만들고 있네요.

선생님은 제게 동화책 한 권을 쥐어주며 조용히 바라보고 계셨죠.

송진이 베어나오는 국민학교 나무벽 옆에서 저는,

(지금 생각해 보면) 밀레의 추수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죠.

조그만 호숫가의 바닥에는 마삭줄이 지천으로 깔리고,

바로 옆의 포플러나무에도 마삭줄이 올라타고 있었죠.

농번기가 시작되는 오월에 집안일을 도맡아 돕느라 결석이 잦은 제게

어렵다면, 잠깐이라도 학교에 얼굴은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오십 년 사이 선생님이 주셨던 그 책은 인생의 굴곡에서도 곁을 지켰는데,

이 근래에 제 곁을 떠나고 말았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

과거를 잊고 안일한 현재의 삶에 빠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퇴직을 하고,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쓴 직장 생활보다

유년의 어린 시절이 더 생생하고 깊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나를 나답게 성장시켰던 유년의 국민학교 시절이

오월 햇빛에 마삭줄잎이 반짝입니다.

그 속에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흐르고 있습니다.

----------b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