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소통의 물꼬를 터준 사랑하는 동료쌤에
작성자 권*영 2024-05-11
방멸록 샘플
혜진쌤

있잖아요.
전 오해를 많이 받아요.
나를 드러내고 산다고
나름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대화를 나누고 나면
보기와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해요.

오후의 빛이 나른히 비치는 빈 교실에서
첫 대화를 나눈 우리의 날이 기억나요?!
쌤과 짝꿍이 되어 근무하기 전에 일이에요.

쌤은
천천히 돌다리를 두드리는 식의
신경전을 하지 않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솔직히 드러냈죠.

선생님의 인도로
우리 대화는 빙빙 돌지 않고
깊이 또 깊이 골을 패는 모양이었어요.

내게 익숙한 소통과는
꽤 다른 방식이라 조금 당황했긴 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이후 바로 전
쌤을 신뢰하게 되었고
편안해졌어요.

쌤을 알게 된 기분이었거든요.

최근에 15년도 더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와
날선 대화 중에
제게 묻는데,
"네가 날 몰라?! 내가 널 몰라?!"

확실히 대답했어요.
"응. 넌 날 모르고 내가 널 어떻게 알아?!"

단 한 번의
소통으로도
서로의 차이가
매력으로 다가오고 문제 되지 않는 일이
행운 같은 일이구나를 제대로 알았죠. 뭐.

다른 학교로 흩어지고
과목도 바뀐 지금..
또 함께 일할 날이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도 괜찮다고
스승의 날 맞아 새삼스럽지만
편지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힘든 날이나
좋은 글 발견하는 날에
문득 생각할게요.

쌤이라면 내 편 들어주겠지..
아니면
쌤도 좋아하겠다.
혼잣말할게요.

올해도 좋은 동료와 제자를 사귀길
축복할게요.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