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학교의 아버지셨던 김현중선생님께
작성자 정*원 2024-05-13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이토록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교사라는 직업의 큰 메리트임을 깨닫게 해주시고, 교사의 꿈을 꾸게 해주신 김현중 선생님!

안녕하세요. 2023년도 1학기 실장 정유원입니다. 그 시절엔 툭하면 선생님께 손편지 꾹꾹 눌러담아 쓰고, 고3이 되고서는 담임선생님이 아니신데도 불구하고 생활스케치 검사를 도맡아 해주시겠다고 하여 저의 수험생활을 관리받고, 또 고민거리는 필담으로 나누며 큰 위안을 받곤 했죠. 성인이 되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아직도 집에 쌓여있는 생활스케치 속 손편지들이 그 시절 저의 고민을 담고 있고, 그 고민에 대한 선생님의 따스한 공감과 현명한 해답이 적혀 있습니다. 해주셨던 조언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아직도 저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고요.

가끔씩 기타를 쳐주시며 영어 노래를 들려주셨던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비 오는 날이면, 가르쳐주셨던 유재하의 노래가 떠오르고요.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에 팥을 올려 만들어주셨던 미니 팥빙수도 떠올리면 슬며시 미소가 나오는 추억으로 남아있답니다. 수능 전에 불러서 주셨던 초콜릿도, 견진성사를 받을 때 선물해주셨던 묵주팔찌도, 어느 캄캄한 야자날에 공부하고있던 우리반 학생 수 만큼 사와 입에 넣어주셨던 생초콜릿도 다 기억나요.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몸만 컸지 마음은 어린애인 열일곱의 저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셨어요. 읽고, 또 읽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되새기곤 했던 멘탈 지킴이용 종례편지와, 상담이 끝나면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적어 주셨던 포스트잇 쪽지와, 세심히 신경써주시며 때로 주고받곤 했던 연락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반장의 리더십에 대해, 리더십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음을 알게 해주시고, 제가 외유내강의 타입이라 말씀해주셨지요. 저 스스로 제대로 된 반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나 고민하던 때에요.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이유의 고민으로 마음 속 깊은 곳 어두운 부분에 침전하고 있을 때에는,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셨어요. 그때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말씀을 되새기고 되새기다보니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게 아니라, '내가 지금 이렇구나' 하고 한발짝 떨어져서 감정을 흘려보낼 줄 아는 자세요.

영어 시간에 집중력은 물론이고, 영어 성적까지 올랐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제가 인생을 살면서 갖춰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도 배우게 되었지요. 저의 스승이자, 인생의 멘토이자, 롤모델이셨습니다. 지금의 저를 이루는데 그 시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자 큰 복이었어요.

지난번에 만나뵀을 때에도, 어른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속으로 배웠답니다.. 여전히 유쾌하시고, 위트있으신 김현중 선생님 ㅎㅎ 스승의 날을 핑계로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스승의 은혜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