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이제는 누가 뭐래도 내편인 남편에게
작성자 황*신 2024-05-13
우리 얼마 전에 봄꽃이 만개한 송광사에 갔잖아.
그때 십여년 전 이맘때 우리가 한창 데이트 하던 시절에 이곳에 왔던 기억이 났어. 그때도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하고 예쁜 꽃들이 참 많이도 피었었지. 동료 선생님의 결혼식을 갔다가 끝나고 당신과 데이트를 할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어. 그렇게 사계절을 만나고 결혼을 했는데 결혼 전 내가 예상했던 당신의 모습과 결혼후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어. 결혼전 싸운 적이 거의 없어서 나는 누구보다도 서로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속단을 했구나 '하고 많이 자책을 했어. 결혼 후 아이를 기르면서 참 많은 갈등과 위기가 있었지. 당신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고 워킹맘으로서 직장과 가정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 너무 힘들었던 기억들이 많았던 것 같아. 그때는 나를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당신이 남의 편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벌써 십여년이 지나고 큰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버렸구나.
앞으로 우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할 길이 아직도 너무 멀게만 느껴져. 오늘 퇴근 후 장을 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당신을 보니 '우리 남편이 점점 내편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맙고 감사했어. 말로는 표현 못 했지만.
내가 그동안 쑥과 마늘을 많이 먹였나보다.
여보,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는 아이들 보다 서로를 먼저 챙겨주는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래.
이번 주말 데이트 신청 받아줄거지?

언제나 당신 편인 사랑하는 아내가 5.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