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짜증날 때 웃는 사람이 일류
작성자 조*우 2024-05-14
방멸록 샘플
신규일 때 생속이라서 하나하나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속상해 하고 신경 쓴다고 했던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럼 이렇게 망치 맞고 나면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의연해 지는 건가 너무 무서운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학년에서 제일 말썽꾸러기(좋게 말해 말썽꾸러기지 지금 말하면 금쪽이, 시쳇말로는 진상 아니겠는가) 학생이 아침 학년 협의 중에 복도를 와다다 뛰어갈 때, 그 말썽꾸러기 담임 선생님인 학년 부장님은 00이 얼굴이 똥그래서 동글이다고 동그랗지 않냐고 웃으면서 말하셨지.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나는 복도 와다다 뛰어가는 아이들만 봐도 눈을 부라렸는데, 그런 내가 힘들 때마다 그런 분들을 떠올리고 떠올리다 보니
이제는 현장 체험학습을 가는데, 다른 친구 신발 갈아신을 때 뭐 했는지, 실내화 신고 나온 애
전학 와서 교과서 다 줬는데, 다음 날 책 없다는 애
똑같은 질문 자꾸 하는 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질문 자꾸 하는 애
친구에게 물어볼 일을 선생님에게 와서 묻는 애들에게
하하하 웃으며 가끔은 퉁박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웃겨서 웃기도 하며(아니 이것도 모른다고!) 웃어주고 있다.
썩어 문드러질 것 같았던 내 마음은 의외로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고,
아, 이렇게 멍청한(멍청하다는 말에 애정을 담아 말할 수 있지만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 친구들이 4학년이구나! 하게 되었다.
익명으로 한 선생님 평가에서는 선생님은 내가 잘못해도 이제껏 만난 선생님 중에 가장 화를 안 내서 좋다고 써 있었고,
진지한데 웃기다고도 써 있었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조용히 하라고 하면 조용히 한다.
만약 내가 이런 마음으로 그 때 첫 해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어땠을까?
아니다아니다. 여전히 힘들었을 거야. 그런 친구들은 다시 만나지 말자. 나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도록 기도하자.
나를 좋은 선생님으로 만들어주는 예전의 그 모든 선배 선생님들과 지금의 착한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