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선생님께 묻고 싶습니다.
작성자 이*형 2024-05-14
4학년 때(1964년) 양승우 담임선생님은 풍금을 기가 막히게 치셨다. 당시 장수군에서 풍금을 제일 잘 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음악시간이 돌아오면 전교에 딱 하나 있는 풍금인지라 얘들이 떼로 몰려가서 개미역사로 풍금을 들어 날랐다. 음악시간의 백미는 노래였다. 선생님 풍금소리에 맞춰 모차르트 곡 ‘봄바람’을 목청껏 불러댔다.
어느 날 음악시간, 그 날 만큼은 풍금이 아니었다. 그날따라 선생님은 큼직한 박스에서 기상천외한 뭔가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탬버린, 그리고 큰북 작은북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악기들이 비까번쩍 번뜩거리며 내 눈을 사로잡았다. 처음 보는 악기들이라 그때는 이름도 몰랐지만, 그렇게 보여 준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선생님의 열화는 단도직입이었다. 그 악기로 리듬합주 한판을 벌인 것이다. 태어나 처음 해 본 ‘리듬합주’는 천지개벽과 같은 ‘쇼킹한 사건’이었다.
그다음 음악시간이 돌아오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 악기를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 악기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선생님께 묻고 싶습니다. 그 악기는 대체 어디서 구해 온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