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그 시절 나의
작성자 김*지 2024-05-15
방멸록 샘플
선생님, 20년 전 한국에서 온 12살 소녀를 기억하실런지요?

어떻게 보면 선생님 덕분에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 헤어질 때, 선생님께서' 앞으로 어디에 있든 잘되길 바란다, 미래의 외교관!'이라고 써주신 생활 기록부를 전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비록 그때 당시에 가졌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또 다른 꿈을 이뤄내 재미있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중문과를 나와서 지금은 대학교의 국제교류처에서 일하며 그 때 배웠던 중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죠. 모두 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제가 재미있게 대학 생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께 예쁨 받기 위해 나이는 어렸지만 밤낮 구분 없이 공부하며 마지막에는 반에서 2등까지 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께 자랑 삼아 제가 했던 숙제와 노트를 보여드리면 선생님은 늘 칭찬해주시며 학급 친구들에게도 자랑해주셨죠. 덕분에 이방인으로서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타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모자란 중국어로도 귀찮아 하지 않으시고 따로 방과 후 시간을 내어서 외로운 저에게 친구처럼 좋은 말 해주시고, 제 얘기를 항상 귀 기울여 들어주시던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체험활동시간에도 혼자 있는 제 옆에서 손잡고 짝꿍처럼 다녀주셔서 제가 외롭지 않고 더 당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 그 당시 선생님은 곧 결혼을 하는 총각이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 제 나이가 결혼을 앞둔 아가씨가 되었어요. 지금 선생님은 저희 아버지와 같은 모습일까요? 이메일 주소를 여전히 갖고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다시 만나게 되면 제가 그때 선생님 손 잡고 우리나라도 구경시켜 드리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하고 싶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멀리서나마 깊은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