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험난한 직장생활 별의별 학생과 학부모, 권위의식과 특권의식 쩌는 소시어패스가 가득한 학교 관리자에 시달리며 하루 노동자로 사느라 고생이 많았어. 마치 하루를 한달처럼 방학이면 어김없이 소설책 한권 분량의 양과 질의 생기부 한 철을 교정과 오자 검토까지 빼곡하게 아이들 미래를 위해 작가가 되어 한자 한자 창작하듯 글짓기를 하느라 생명이 단축되는 고통을 견디며 용케 그 끔찍하고 황페한 시간들을 잘도 견뎠구나. 이제 네가 정말 원하던 책들을 맘껏 읽고 네가 연구하고 싶어한 실비아의 영시를 번역하여 한 권의 시집으로 출판하고 있을 너는 피와 땀이 어린 그 시집을 나를 대신해 요절한 내 친구, 천상의 내 사랑하는 친구에게 헌사하며 생의 황혼을 마무리하고 있을거야. 장기저축 저금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너는 아주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감사하며 건강하게 잘 살고 있겠지. 평소 보지 못한 하늘과 계절이 변하는 자연의 소식을 보고 느끼며 많은 감사함과 시간적 여유로움을 누리고 있을거야. 정말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