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우울해하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에는 잘 정착했더니, 그 땐 또 떠나지 못해 안달이던 나 자신 기억해? 하고 싶던 일, 하고 싶던 결혼을 되려 돌덩이처럼 여기던 이 때, 나는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고, 기혼자로서 외국에 나갈 방법은 없나 이 곳 저 곳 기웃거렸어. "시선으로부터" 속 심시선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도 꽤 했었지. 이 편지를 받는 너는 드디어 그 돌덩이를 내려놓았겠구나. 어때? 가볍니? 한국이 싫어서 싱가폴? 뉴질랜드? 아니면 미국에 가서 살아보니 해방된 것 같니? 넌 떠난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을거야. 한달, 일년, 여생 평생이 아니어도 말이야. 삼십대때 그저 살던 동네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거든. 언어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했는데 한국어는 잘 가르쳐주고 있을지.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지금의 나는 얼른 오륙십대가 되길 기다리고 있어. 사람들은 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말야. 왜 난 항상 불안했을까. 지금도 나는 꿈꾸고 방황해. 은퇴한 시점의 나 역시 꿈꾸고 방황하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