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도전한 임용은 설렘보다 두려움 그 자체였지. 합격을 못하면 결혼도 인생의 플랜도 모두가 무너질 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을 하나 뿐인 엄마만이 "그래 한번 해봐"라고 응원해줬지. 그렇게 시작한 이 도전은 밤낮으로 기도하신 엄마의 정성으로 합격의 결과를 얻고 지금까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올해 8월말 정년 퇴임하는 분이 퇴직의 뜻이 '맡은 직을 내려 놓는 거'라더군. 내가 나의 직을 내려놓은 그날을 생각해 봤어. 나의 마지막은 엄마에게 큰 절을 올리면서 "내가 태어나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준 엄마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 해"라고 말하고 싶어. 사실 생각보다 교직 생활은 참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어렵게 들어왔는데도, 생각보다 쉽게 순간순간 도망가고 싶어 했어. 만약에 엄마가 없었다면 난 아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이 글조차도 쓰지 못하고 있을거야. 내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엄마의 존재와 정성이 항상 가슴 속에 남아있기에 난 버티고 견디며 강해질 수 있었거든. 누군가의 존경을 받는 건 쉽지 않기에 난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남고 있어. 그리고 더 이상 나를 필요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욕심을 버리고 이 직분을 내려놓으려 하기에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내가 교직에 가서 받은 첫 월급부터 일부를 넣어서 불린 이 목돈은 퇴직하는 날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날려고 모으고 있는거야. 거동이 불편하신 엄마께 넓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같이 느끼는 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말이지. 우리 여행하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에 감사하면서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나가봐. 지금의 이 마음..이 계획..잊지말고 가치있는 삶을 실천하면서 남은 건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맘도 함께 갖고 가길. 그리고 없는 걸 창피하기보다 떳떳하길. 그런 삶을 내가 살아가고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