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성숙하고 여유로운 나에게
작성자 김*옥 2024-09-07
10년 뒤 71세가 되어 있을 나에게

안녕? 71세 미래의 나에게 59세의 과거인 내가 편지를 보낸다. 미래 어느 날 과거의 내가 보낸 편지를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가? 그때 내가 원하는 일을 정말로 하고 있을까? 퇴직할 무렵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때쯤 그 소망을 다 이루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날마다 바빠서 그림의 떡처럼 지나치곤 한다. 그때는 여유있고 성숙한 마음으로 정말 원한 일들을 즐기며 살고 있기를 바랄게.

퇴직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명상이다. 시간에 쫒기지 않고 마음껏 내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래서 세상 일에 덜 흔들리고 평정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10년 뒤에는 명상의 고수가 되어 일상생활 속에서도 저절로 명상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이르렀기를 바란다.

둘째로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이다. 화가인 남편과 지금까지 편안하게 여행해 본 적이 없어. 늘 방학 때마다 내가 이것저것 일을 벌여서 바쁘게 살기 때문이지. 올해도 독서인문학교 학생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오고 주말마다 이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해왔어. 퇴직하고 나서 노년이 되면 여유있게 여행하면서 책을 읽고 싶어.

그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은 다문화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 이를 위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작년에 따놓았다. 우리말에 서툰 다문화 학생들이나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어. 함께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현장체험학습도 다니고 싶어.

그때 내 나이 70이 넘으면 그런 일을 할 만큼 체력이 될지는 모르겠어.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운동도 꾸준히 해야겠어.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있어. 30분이 걸리는데, 하고 나면 땀으로 옷이 젖는다. 절하기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벌써부터 그 변화가 나타났다. 하체가 튼튼해짐을 느낀다. 10년 뒤에도 내가 이런 절하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면 좋겠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슬픈 일이나 기쁜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때마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떤 일 앞에서든 평정한 마음으로 서두르지는 말고 날마다 만족하며 살고 싶어. 설사 지금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날마다 삶에서 기쁨을 찾으며 살았으면 좋겠어. 늘 당연하게 여겨온 해뜨고 지는 것에도 경외감과 감동을 느끼고 싶어. 빗소리도 드고 나뭇잎이 피고 떨어지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어. 꽃에서 향기도 자주 느끼고 꽃잎의 색깔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어.

미래의 나는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있을 테니까 훨씬 더 삶의 여유있고 풍요로올 것 같아. 그러니 미래의 나는 더욱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행복도 지금의 내가 열심히 살아온 덕분일거야. 바쁜 생활 속에서 늘 아쉬워하며 여유있는 삶을 바라왔으니까.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지금의 내 마음에 벌써 행복한 여유로움이 느껴져. 편지 쓰는 것 자체도 기쁨이야. 지금과 미래의 나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랄게. 또한 주변의 사람들이나 생명들과도 잘 어울리며 지내기를 바란다.

그럼, 안녕.

10년 전의 바쁜 내가 10년 후 여유롭고 성숙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