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20년 뒤 나에게
작성자 김*영 2024-09-11
안녕? 잘 지내지? 20년 뒤의 나야.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나에게 편지를 쓰고 있자니 내가 얼마나 학교를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어. 그렇지만 학교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거야.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입시 준비하랴, 다과목 교과지도 하느라 수고 많았어. 미디어에 관심도 적은데 애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소통을 위해 유행 좇아가느라 고생 했어. 무엇보다 담임 업무.. 이제는 학부모와 학생이 아니라 널 돌보며 살아야지 결심했기를 바라.
20년 뒤의 넌 50대 후반으로 명예 퇴직 신청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아. 넌 재태크는 잘 모르니 부동산 월세니 주식 배당금이니 이런 걸로 먹고 살고 있을리는 없고.. 연금이 65세부터 나오니까 연금을 받기 직전까지 더케이에 오랜시간 가입한 장기저축급여 분할지급액을 월급 대신으로 살고 있겠지? 그 생각을 하니 다음달부터 조금 더 넣어야겠다.
그 때도 여전히 비혼으로 혼자 살고 있을거야. 지금은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와 반려견은 없을테지. 근처에 사는 동생네도 각자의 삶에 바쁘겠지. 하지만 비혼 여성 네트워크를 느슨하게 형성해서 반찬 나누기, 서로 안부 묻기 등을 하며 느슨하게 연대하며 살고 있을거야.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속될거야. 또 네가 아주 오랫동안 준비하던 2도 5촌의 삶을 실천하면서 자급자족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때는 항암치료 안 받았으면 좋겠다. 가벼운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겠지?
지금 한참 미래를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노력할 시기니까 조금 더 애쓰자. 하지만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니까 아프지말고. 항상 널 응원해. 20년 전의 내가 20년 후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