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이선봉 선생님께
작성자 임*태 2024-05-02
방멸록 샘플
보고픈 이선봉 선생님께...
햇살의 따스함이 이제는 조금씩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이 다가오는 듯 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거운 아니 죄스런 마음으로 편지를 써봅니다.
아직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저는 아직도 어린 제자가 되는 듯합니다.
선생님의 첫 미소를 본 기억은 이제 30여년 전의 필름으로 되돌려야
아른한 기억으로나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대를 졸업하시고 우리 시골 중학교에 발령을 받으시던 날!
기억나세요? 전교생 앞에서... 조회시간에 부임 첫인사를 하고
마지막에 큰 소리로 “Boys be ambitious!"라고 외치시던 모습.
그 때는 저도 실웃음을 지으며 장난끼로 따라하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저희들에게
희망을 주신 말씀 한마디... 참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선생님을 뵈면 슬슬 피해다니던 저에게
몰래 불러서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영화도 보여주시고,
영어 공부하라고 문제집도 사주시고,
모의고사 시험 볼 때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시던 모습~
그 때는 왜 그 고마움을 몰랐나 모르겠습니다.
참 바보 같죠? 지금에서야 아니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의 은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선생님께 가장 죄송했던 건...
선생님 부임하시고 몇 개월 안되서 군입대를 하셨잖아요.
근데 입대하자마자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저는 그 편지를 그만 대충 보고 버리고 말았어요.
극치의 어리석음. 답장도 못하고...
선생님 휴가 나오셨을 때도 도망다니던 철없음.
기억하기조차도 싫어요. 왜 그랬을까요?
저도 제 자신에게 왜 그랬나 물어보지만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눈시울만 붉어지는 듯 합니다.
근데 용서를 빌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거 같아요.
찾아뵙기도 민망하고 죄송하고... 그래도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때 선생님 모습과 행동이 제 머릿속에서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나 봐요. 저 참 바보 같죠?
그래서 선생님께 더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지금이라도 그 죄송함을 이 편지에 담아보내며 작은 용서라도 받을까 합니다.
제자니깐... 선생님께서 사랑해주시던 아이니깐 다시 한번 용서해주실 있나요?
그래주시길 바래봅니다.
지금은 아니 앞으로도 선생님의 가르침과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저 역시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도우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면 “Boys be ambitious!"라고 말씀해주시던
선생님 말씀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불끈 난답니다.
선생님 선생님을 처음 뵐 때 그 때가 그립고 많이 뵙고 싶네요.
제가 곧 찾아뵐 때까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24년 5월
선생님 마음 속 제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