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무명교사에게 고함
작성자 류*환 2024-05-03
무명 교사에게 고함.
기체후 일양만강하옵시며 댁내 두루 평안하시온지요. 춘삼월 화창한 봄날 만화방창하여도 송화는 가루를 날리고 황사는 극성을 부리는 계절이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몸 누이고 발 뻗을 자리 없다하여도 당신의 직분에 충실할 오늘도 축복의 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합니다. 스포츠카로 고속도로를 죽기 살기로 달려 목표점에 빨리 도착하면 성공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륜구동으로 황무지를 각자 능력껏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교육이라는 시절로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아갔습니다.

백 년 동안의 변화를 십 년에 졸업하고 십 년의 변화를 일 년이면 해치우는 역동적인 변화를 따라가기 버겁더라도 허위허위 허재비 걸음으로 바람처럼 달려봅시다. 그래도 그대는 산업의 역군을 넘어 민주화의 투사였으며 단군 이래 가장 강대한 나라를 만드는 데 한 축을 담당하였습니다. 목표가 있어 행복했고 온 몸을 다 바쳐 앞만 보며 달려도 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이끈다는 사명의식에 젖어 욕먹어도 몸 망가져도 내 갈 길 간다는 고집과 끈기로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세월은 새로운 규칙과 질서로 퍼즐 맞추듯 미래를 향해 정진의 계절을 걷고 있습니다. 후배들의 노력과 열정에 영광의 축복을 내리고 경의를 표하며 헛헛한 무대를 내려 온다하여도 그대에게 영광과 축복이 기다림을 의심치 맙시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국화 같은 모습으로 지난날을 돌아보며 좌절하지 않길, 좌절이 자기부정으로 연결되지 않길, 자기부정이 존재의 가벼움으로 변질되지 않길 기원합니다. 또한 선배들이 그러했듯 참회와 회환의 시간에 침잠하여 반성과 성찰의 기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허허로운 세월을 지나 어느 날 문득 어느 인생의 골목길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곤 “아! 그대도 이곳에 있었군요?”라며 인사하고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는 하직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몸 성히 마음 성히 무탈하시길 축원합니다.

축복과 영광의 계절인 사월을 지내며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소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