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제자에서 동료교사가 되며
작성자 김*우 2024-05-03
방멸록 샘플
저에겐 특별한 스승님이 한 분 계십니다. 첫 인연은 13살에 시작됐지요. 담임선생님도 아닌데 어찌나 복도에서 잔소리를 하시는지 그 선생님 교실 앞은 지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쉬는 시간이든 점심 시간이든 언제나 나와서 잔소리를 하시곤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키도 훤칠하시고 얼굴도 잘생기셔서 그런지 여자아이들은 그럼에도 그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교대에 입학하고, 임용 고시에 합격하고, 곧바로 발령을 받아 평생 와본 적도 없는 태안이라는 곳에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됐어요. 더군다나 학교의 교무부장님은 아주 철저한 성격의 소유자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모든 게 낯선 곳에서 그 한 사람만 낯이 익더군요. 그럴리가 없는데, 그럴리가 없는데 생각을 하며 2주가 흐른 뒤 드디어 떠올랐어요. 13살에 만났던 바로 그 선생님이었어요. 담임선생님 얼굴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시절,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머릿 속에 박혀있던 그 선생님. 그 이후로 2년 동안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어요. 교사가 되어 교사로서 교무부장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많은 부분들이 다르게 보이더군요. 학생들에게는 누구보다 엄하셨지만 또 누구보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셨던 선생님.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너네반, 우리반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진심으로 지도하셨던 그 모습에 많은 영감을 받아 저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적으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관을 공유하며 더 이상 스승과 제자가 아닌 선배 교사와 후배 교사로 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저희가 참 신기하여 기회가 된 김에 글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