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 사진 김수
글 이성미 / 사진 김수
천문학에서 별이란 중심부 온도가 1,000만k 이상 되어 핵융합 반응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그러나 별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빛을 내는 존재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별을 보고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길을 찾았다. 또 누군가는 인류의 오랜 과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찾아낸다.
사람들이 별과 우주를 알게 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더 빛나게 하는 사람, 바로 과학 큐레이터이자 천문학자인 이강환 교수다.
이강환 교수는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켄트대학교 왕립학회 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해 국립과천과학관 천문학 분야
연구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우주를 알리기 시작했다. 연구직이라 해도 일반 시민이 우주에 쉽게 다가가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아는 것을 잘 설명해야 했다. “외계인은 실제로 있나요?”,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 미확인 공중 현상으로 비행체에 국한된 UFO 보다 확장된 개념)는 존재하나요?”, “우주는 어떻게 생겼나요?” 천문학자인 그에게 사람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왜 우주에 대해 알아야 할까?
우주를 알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천문학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오랜 시간 방대한 지식이
축적된 데다 새로운 지식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매우 좋다.
“천문학은 우주에서 전해 오는 ‘빛’이라는 미미한 신호에서
의미를 찾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천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먼저 상상력이 풍부해집니다.
신호를 해석하기에 앞서 가설을
세우기 위해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거든요.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집니다. 우주를 관찰하고 탐구하기 위해선 그만큼 과학 지식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썼던 고해상도 카메라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로 보편화된 것처럼 말이죠. 즉 우주를 알고자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주를 아는 것은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주 전체에서 지구의 위치를 알아가다 보면 지구는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실마리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이라는 효과도 동반된다.
마지막으로 우주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야흐로 우주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과거 대항해 시대, 바다로 나간 사람들은 세계를 지배했다. 미지의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 먼저 용기 낸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짐작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를 먼저 알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여기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우주를 알아야 한다.
우주를 궁금해하고 또 알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이강환 교수는 저술 활동, 팟캐스트, 강의 등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는 2013년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과학과 사람들’과 함께 기획, 론칭했다.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파토, K 박사, 최 팀장 등 여러 과학자와 전문가가 모여 과학적 지식과 오해 등을
다루는 토크형 지식 채널이다. 이강환 교수는 K 박사로 우주와 천문학 연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외국의 좋은 서적을 한국에 소개하는 일도 계속해 왔다. 이강환 교수는 고등학생 때까지 수학,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다 진로를 결정할 즈음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접하면서 천문학자를 꿈꾸게 됐다. 자신도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사람들에게 우주를
알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 「우주의 끝을 찾아서」, 「빅뱅의 메아리」, 「응답하라 외계생명체」 등을 쓰고,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우주 100가지」, 「우리 안의 우주」, 「과학 탐험대 신기한 스쿨버스」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그의 부름에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응답할 수 있을까? ‘우주’ 하면 떠오르는 질문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주와 친해질 수 있다.
“UAP는 정말 있을까?’ 질문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을
‘UAP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구에 올 수 있나?’로 바꾸면 답을 구하기 더 수월해집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는 약 4.24광년 떨어져 있는데 초속 20km의 우주선을 타면 약 6만 년 정도가 걸립니다. 그럼 자연스레 ‘UAP가 지구에 오는 것은 쉽지 않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조금 실망할 수 있겠지만, 이처럼 과학적으로 답을 찾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우주에 대한 흥미도 커지고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를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강환 교수가 바라는 또 한 가지는 과학이 교양으로 인정
받는 것이다. 예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교양있다’, ‘상식이 풍부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주를 잘아는 사람을 보면 ‘독특하다’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음악,
피카소의 그림,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우주에 대해서도 응당 알아야 할 상식이라고 여겨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른’들이 만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지금도 충분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우주를 상상하고 또 탐구하려 하거든요. 호기심 해결을 도와줄 과학관,
도서관도 주변에 많고요. 하지만 문제는 어른입니다. 우주를
아이들의 영역이나 일부 전문가 영역으로 여기지 말고, 하나의 교양으로서 계속 알고자 하면 좋겠습니다. 그 변화가 우리
사회를 눈부시게 발전시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릴 적 이미 우주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어른이
되면서 배에서 내려왔을 뿐. 다시 우주로 향하는 길에 올라서 보자.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염원한다면, 우주는 분명 우리의 부름에 응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