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거버넌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듣는 용어가 ‘거버넌스’다. ‘민관 거버넌스,
다문화 거버넌스, 에너지 거버넌스, 블록체인 거버넌스,
인공지능 거버넌스’ 등 공공언어에서 거버넌스라는 말이
두루 쓰이고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무엇보다 의미가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공공언어의 생명은 정확성과
소통성이다. 용어가 정확하면 소통성은 저절로 올라가므로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 국립국어원은 거버넌스를 ‘정책,
행정, 관리, 민관 협력, 협치’ 등으로 문맥에 맞게 적절히 바꿔
쓸 것을 권한다.
알고 보면 쉬운 의미 ‘바우처’
요즘은 국가나 지자체가 고령자 또는 저소득층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많다. 이런 제도 가운데 ‘바우처’도 있다. ‘에너지
바우처, 데이터 바우처,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평생교육
바우처, 스포츠 바우처, 급식 바우처’ 등이 있다. 그러나 바우처는
너무 어려운 용어다.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끔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바우처는 무언가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이용권’이다. ‘에너지 이용권’, ‘데이터 이용권’처럼
이용권이라고 하면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주식 용어로 많이 쓰이는 ‘펀더멘털’
주식에 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주식 용어가 많다. 우선 ‘펀더멘털’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펀더멘털은 ‘기초 체력’을 뜻한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떨어졌다’라는 것은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어닝 서프라이즈’도 경제와 관련해 자주 듣는 말이다. 이는
회사가 발표한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어 놀랍다는 뜻이다.
‘실적 급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컨센서스’도 있는데 이는
어떤 집단에서 대부분 일치하는 의견을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은
컨센서스를 ‘의견 일치’ 또는 ‘합의’로 바꿔 쓰도록 권하고
있다. ‘밸류에이션’도 쓰이는데 이는 ‘평가 가치’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목표 설정에 쓰이는 ‘로드맵’
요즘은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이 ‘로드맵’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국가기록관리혁신 로드맵,
조직 경영 로드맵, 조기유학 로드맵, 성공을 위한 로드맵’ 등
무슨 목표나 일정에 관련한 것은 거의 로드맵이다.
로드맵(road map)이란 원래 도로 지도를 말한다. 의미가
확장돼 앞으로의 계획이나 전략 등이 담긴 구상도·청사진
등을 뜻하기도 한다. 기업·국가 등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추진할 때 사용된다. 로드맵이라는 말이 거창하고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용어나 명칭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계획과 실천이다. 로드맵은 상황과 문맥에
따라 ‘방안, 목표, 일정, 청사진’ 등으로 고쳐 쓰면 된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된 ‘팬데믹’
코로나19는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과 더불어 수많은 외래어를
전파하기도 했다. 우선 ‘팬데믹(pandemic)’이 있다.
팬데믹을 쉬운 말로 바꾸면 ‘감염병 세계적 유행’이다.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진료소도 많이 듣는 말이다. ‘승차
진료소’, ‘승차 검진’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에피데믹(→감염병 유행), 워킹 스루(→도보 진료),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셧다운(→가동 정지),
패닉 셀링(→공황 매도), 글로브 월(→의료용 분리 벽), 언택트(→비대면),
온택트(→영상 대면)이 있다.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위드 코로나(→코로나 일상), 엔(N)차 감염(→연쇄 감염),
트윈데믹(→감염병 동시 유행), 스니즈 가드(→침방울 가림막)
등이 코로나와 관련해 많이 듣는 외래어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쓰이는 ‘노쇼’
‘노쇼’라는 단어 또한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해놓고 당일 접종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노쇼’라 부른다. 얼마 전에는 휴가철을
맞아 관광지 숙박업소나 식당 등을 예약해 놓고 ‘노쇼’를 해서
자영업자들이 울상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노쇼(no show)’는 이처럼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다. 국립국어원은 노쇼를
대신할 우리말로 ‘예약 부도’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부도’라는
말이 다소 어렵거나 무겁게 다가온다. 한글문화연대는
예약 부도의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며 노쇼의 우리말로
‘예약 어김’을 제시하기도 했다. 외래어 사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예약 부도나 예약 어김 어느 것이든 좋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