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온도 변화, 면역세포 힘 빼
면역력은 코로나19 등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온 병원균을
방어하는 능력을 말한다. 환절기에는 우리 몸이 들쑥날쑥한
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데, 이때 면역세포에 할당하는 에너지양이 급격히
줄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지며, 이미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일교차가 1℃ 증가하면 사망률이
0.5%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엔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점막이 평소보다
약해지므로 코로나19 같은 호흡기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염증·배탈,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다양한 형태로 우리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몸에 상주하는 병원균을 잘 방어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제어하던 병원균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 여기저기 생기는 염증
면역력이 떨어지면 각종 세균, 바이러스가
침투해 각종 염증 질환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입술 주위에
2~3mm 크기의 작은 수포가 여러 개 생기는 헤르페스 구내염,
입안에 작은 염증이 생기는 혓바늘(구내염), 발가락 주변 피부가 빨개지고
누르면 아픈 봉와직염, 질 내 유해균이 많아져 냉이 생기는
질염 등이 있다.
▶ 배탈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면 간혹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소화
기관으로 들어온다. 면역력이 강할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능이 약해져
복통, 설사 등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내 유해균이 많아지면
내부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평소와 식단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복통이 생기고 설사를 한다면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 대상포진
어릴 때 몸에 침투해 숨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돼 발진·물집·근육통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통 띠 모양으로 피부 발진이 생기며, 몸을 좌우로 나눴을
때 한쪽에만 주로 나타난다. 발병 초기 붉은 두드러기나 물집은
3~7일 동안 지속되며,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로 치료해야
후유증 없이 낫는다.
▶ 감기
감기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를 놓치지 않는다. 미열·콧물·기침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면역력이 저하됐다는 신호다.
증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발열 증상을 동반하지만 일반적인 감기는 그렇지 않다.
▶ NK(Natural Killer)세포 활성도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피로감이 평소보다 잦아 면역력 저하가 우려된다면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자연살해세포라고도 하는
NK세포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면역 계통으로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질병 세포를 제거해 우리 몸속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NK세포 활성도가 떨어졌다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로 볼 수 있다. 활성도가 저하되면 비정상 세포를
구별할 수 없어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NK세포 활성도는
혈액 1mL를 채취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면역력 높이는 최고의 방법은 생활 습관 교정
▶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초기 면역 반응과 백혈구 활동이 억제돼 각종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원인을
최대한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심호흡 등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 질 좋은 수면
면역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잘 자야 한다.
잠만 잘 자도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해 면역세포 중 하나인
백혈구 T세포의 공격 능력이 높아진다. 자는 동안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토킨 분비량도 늘어난다. 반대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당뇨병,
죽상동맥경화 등 만성질환 위험까지 커진다. 실제로 총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은 8시간 이상인 사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2.94배 높다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무엇보다 수면의 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외투 챙기기
급격한 일교차가 면역력 저하의 원인인 만큼
외출할 때는 온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얇은 외투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외투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만약 체온이 갑자기 변하면
면역세포 활성이 떨어지고, 호흡기 점막의 섬모 기능이 낮아져
바이러스와 세균 등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
▶ 면역력 높이는 음식 먹기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으로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마늘, 양파 등이 대표적이다.
마늘 속 알리신, 셀레늄 등 성분은 항염은 물론 항암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에도 알릴프로필다이설파이드라는
발암물질의 독소를 제거하는 성분이 풍부하다.
세포 손상을 막는 퀘르세틴 성분도 들어 있다. 특히 양파 껍질에
퀘르세틴 성분이 풍부하므로 되도록 껍질을 많이 벗기지
말고 먹는 것이 좋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대표 영양소인
비타민 B가 든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B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곡류·견과류·콩류·생선류·달걀·유제품·시금치·브로콜리 등이 있다.
또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단호박, 고구마 등을 먹으면 NK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