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홍*선 2025-05-02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 자습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선풍기 하나로 무더위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고, 아이들의 불편과 불만도 점점 쌓여만 갔죠.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조용히 자고 있던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을 나서셨습니다.
한동안 교실은 적막했고, 묘한 침묵이 흘러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걱정되기 시작할 즈음—
교실 문이 열렸고,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이들 손엔 수박 한 통씩, 열 통도 넘는 수박이 들려 있었어요.

우리는 순식간에 환호성을 지르며 선생님의 이름을 연호했죠.
선생님께서는 “조용, 조용! 다른 교실에 방해돼요!”라고 몇 번이나 조용히 하라고 하시며
흥분한 우리를 달래셨습니다.

그러고는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너희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참고 견디자”라고 짧게 말씀하시고는
직접 수박을 정성껏 잘라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셨어요.

수박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그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우리가 느끼던 불만과 짜증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날의 수박 맛을 저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쁜 삶에 쫓겨 연락도, 찾아뵙는 일도 제대로 못 드리고 있지만
제 마음속 1등은 언제나 3학년 6반 담임선생님, 최남선 선생님이십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여름날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수박 한 조각을 떠올리며,
참고, 견디며, 이겨내려고 합니다.
진심으로 제자들을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던 선생님,
언제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