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경심 심리상담사
주경심 상담사는 현재 심리상담센터 허그맘허그인 여수점 원장으로, 13년 이상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만난 고민을 엮은 단행본 「최고의 부모」를 출간했다. 현재는 여수넷통뉴스 상담 칼럼을 3년째 게재 중이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심쿵육아’에도 참여했다.글 주경심 심리상담사
주경심 상담사는 현재 심리상담센터 허그맘허그인 여수점 원장으로, 13년 이상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만난 고민을 엮은 단행본 「최고의 부모」를 출간했다. 현재는 여수넷통뉴스 상담 칼럼을 3년째 게재 중이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심쿵육아’에도 참여했다.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이 있는데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학업을 따라갈 수 없고, 결국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 대신 예습과 복습을 위해 학원에 가고, 방학이면 선행을 하느라 쉬지도 못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불행과 불안을 안고 산다. 공부를 잘해야 부모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서도 존중받기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행복할 권리, 말할 권리를 포기해 버린다.
또 지금은 대부분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부모와 감정적 교류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잃게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학교 부적응과 분리불안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친 탓이다.
이 시기 아이들을 파고든 것이 게임이나 SNS 등의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모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현실 자체만 혼내고 통제하며, 그 안에 숨은 정서적 결핍은 보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발전,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얻은 경제적 풍요는 삶에 여유와 자유를 선물했으며, 그만큼 다양한 선택권도 부여했다. 더불어 이혼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족,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모습의 가족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어른 입장에서 진행되다 보니 그 사이에 놓인 아이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힘이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던 어린 시절의 정서적 학대와 상처는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부모의 이혼, 가족 해체, 양육자 변경, 환경 변화는 아이들에게는 삶의 지축이 흔들릴 만큼 엄청난 사건이며 상처가 된다.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자책감과 죄책감을 더 크게 경험한다.
부모가 아이를 향해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는 일관성과 안정성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말이 가지는 무게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정서적 빈곤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것은 원인이나 증상이 아니라 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돌봐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이다. 즉 어른의 역할, 부모의 역할이다.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안정성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것이 증상이라면, 원인은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불안, 부모가 경험한 어린 시절의 결핍과 불공정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면서 “너만 잘하면 된다”라고, “너만 달라지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 부모는 대부분 일관성과 안정성이 부족하다. 이런 부모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잘했을 때는 굉장히 과하게 칭찬하고, 아이에게서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찾으면 좌절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최고야. 네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라고 칭찬하던 엄마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이분법적 평가와 자극 안에서 아이들의 정서는 불안에 익숙해지고, 우울을 습관화하면서 무언가를 하며 부모를 자극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무기력을 습과화한 아이 중에 많은 아이가 자아가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 채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에 의해 정형화되어 버린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부모의
감정으로부터도 자책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표현과 돌봄은 중요하다. 또 아이가 표현하는 단어와 감정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좌절을 경험하고, 관계를 망치는 말에는 “너만 그래”, “너는 항상 그래”라는 말이 있고, 관계를 회복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말에는 “그럴 수도 있지”가 있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말은 단순히 말이 아니라 삶의 이정표이며, 자신을 형상화하는 기틀이 된다. 부모의 말, 어른의 말은 아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라벨이 된다. 아이들을 부정적인 단어로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긍정적 단어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려하지만 학부모는 성적과 순위를 따진다. 아이들은 언젠가 그들 인생에서 1등을 할 것이다. 스스로의 트랙을 찾고, 그 위에서 마음껏 달리기 위해 부모가 해줘야 할 역할은 기다림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니?”라고 물어봐 주어야 한다. 부모의 기다림과 인내 안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정서적 풍요를 맺고,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