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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2 Vol.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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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키워드로 읽는 시사


체험 후 구매하고, 추억하며 다시 찾아요

체험형 콘텐츠를 더한 통합 쇼핑 공간 리테일 테라피

체험경제를 이끌고 있는 MZ세대를 주측으로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가 인기다. 리테일 테라피는 매장을 뜻하는 ‘리테일’과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자연·여백·감성’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며 공간 그 자체의 매력으로 방문의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춘 유통업계는 ‘바로 구매, 공간 체험, 추억하며 다시 찾기’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잘 이끌며 새롭게 변했다. 자연친화적이고 정서적인 기쁨을 주는 데 주력하고, 더 나아가 가상 세계까지 나아가며 새로운 공간 창조에 힘쓰는 중이다.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기자

친환경 X 체험 X 힐링을 더한 쇼핑 공간의 혁신

지난해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코로나19로 숨죽이며 움츠리던 모든 이들에게 ‘꿈의 월드’로 다가왔다. 상상만으로 그리던 모든 것이 이곳에 구현됐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끈 파격은 공간이었다. 매장은 말 그대로 장사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마치 장사는 뒷전인 것처럼 장소를 꾸몄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고스란히 자연조경과 휴식 공간으로 할애했다. 3,300㎡ 규모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와 12m 높이의 인공폭포 ‘워터볼 가득’은 흡사 여행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실내 정원이 얼마나 좋았는지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으로 패션 브랜드 평균 체류시간 4분보다 9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이제 서서히, 그러나 민감하게 매장의 트렌드를 읽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은 잡화점의 상징이 아니라, 환경과 건강, 패션과 독창적 스타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유통산업은 이제 말 그대로 물건의 전시·배송·판매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런 전통적이고 보수적 개념에 현대인의 정신적 힐링(치료)까지 곁들이는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쇼핑을 통한 힐링)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쇼핑하러 가자’의 의미는 물건 구매 행위 이상의 힐링 요소가 포함된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유통업은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상품 판매 공간을 줄이고 고객에게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 위주의 공간을 늘리는 추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 친화적 콘셉트를 적용해 ‘힐링’에 전력을 쏟고 문화·체육 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로 재미와 볼거리를 높이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사진 출처:더현대서울]

MZ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가치 부여

더현대서울은 이런 모든 기준에 맞춘 ‘정석’처럼 움직인다. 방문자의 편한 보행과 미적 가치를 위해 1~8층의 기둥을 모두 없앴다. 공조시스템이나 배관 등도 모두 건물 밖으로 빼놓아 개방감을 최대한 살렸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생존 먹거리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증명한다. 더현대서울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두 달간 이어지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춘 ‘흥미로운 매장’을 선보인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BTS의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 문구를 새겨 자기만의 취향을 반영한 케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케이스 티파이’ 등 젊은 세대의 문화 코드가 한껏 녹아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한 기술 활용도 이곳의 자랑이다. 리테일 테크(Retail-tech)로 불리는 ‘언커먼스토어’는 한국 백화점 최초의 무인매장으로 패션 잡화, 생활용품 등으로 꾸며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가치가 건강·환경·안전 등으로 바뀌었다며 “구매 그 자체보다 정서적 안정을 위한 힐링 가치, 그리고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 가치가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양주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도 실내 정원을 비롯해 2,300㎡ 규모의 야외공원 ‘시크릿가든’을 구비했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도 인근 백운호수 등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광장에서는 피크닉도 가능하다. 새로 분양되는 상업시설에서 리테일 테라피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청량리역에 들어서는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아파트는 세계적 아티스트 카미유 왈랄라의 작품을 이용한 아트 라운지 5개, 휴게 라운지 13개, 초대형 벽면 조경(높이 25m, 폭 3m 규모) 등을 마련한다. 아파트 앞에는 3,400㎡ 크기의 공원도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신설된다. 유통업은 온라인 커머스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지만, 오프라인의 ‘리테일 테라피’를 통한 새로운 추격도 만만치 않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만에 누적 매출액 8,005억 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당초 목표액의 27%를 초과 달성한 액수이자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의도는 그동안 ‘백화점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상권의사각지대로 여겼으나, 공간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사례로 인용됐다. 또 4060 등 중장년 세대에 갇히지 않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정조준해, 다양한 ‘취향’을 건드리면서 독특한 스타일과 문화를 창조해 재방문을 유도했다.
타임빌라스 [사진 출처:롯데 공식블로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투시도 [사진 출처:한양]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언커먼스토어’ 전경 [사진 출처:현대백화점]

생존을 위한 유통 혁신이 가져온 체험형 매장의 탄생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변화에 안일했고 기술이나 빅데이터에도 무관심했다. 그러다 모든 주도권을 온라인에 넘겨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제공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변화로 소비자와 대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 리테일 테라피의 디지털화가 이뤄질수록 실재적 경험과 소통 욕구에 따른 반사이익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이 유통의 주류로 떠오르긴 했지만, 오프라인 역시 중요한 가치 발현의 소재로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지금 종말이 아닌 재탄생의 시점을 맞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할 일은 온라인에서 얻지 못하는 직접 소통에서 느끼는 재미나 기쁨의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실재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조성해 매장을 재방문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