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2월말 퇴직자로서 장기분할퇴직급여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퇴직을 결정하면서 딸에게 '나는 퇴직 후 잡지사에 지원하여 편집 관련 업무를 제2의 직업을 시작하겠다, 화장실 청소부터 마다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일할 의욕이 넘친다'고 했더니 딸이 만류했습니다. 이유가 의외였습니다. 엄마의 욕망이 젊은이의 일자리 하나를 탈취하는 것일 수 있다, 나이듦이란 일정한 단계에서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기고 현장에서 한 발 짝 물러나는 것이다, 급여 없이 봉사의 마인드로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재취업의 욕심을 버리는 엄마가 나의 엄마로 품격 있다는 것들을 내세웠습니다.
크게 공감하여 취업의 욕심을 버리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쓰는 하루를 보낸 지 일년 가까이 됩니다.
처음 서너 달은 불안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보내도 되는 걸까, 남은 생의 세월을 보낼만큼 경제적 여유는 충분한가 등등의 고심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공제회의 장기분할 급여 지급 신청을 한 결과 매달 일정액의 생활 자금이 나오고 있어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일시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저는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배짱은 없었으며 이를 고민할 때 공제회 직원의 친절하고 상세한 장기분할 급여 지급 안내를 받아 판단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밥을 해먹고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도서관에 가서 빼곡한 서가 사이를 거니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선인들의 삶의 족적을 살피며 나의 노후를 대처하는 심적 평정을 얻을 수 있는 도서관 방문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간 업무에 치여 제목만 알고 지낸 귀한 국내, 세계 문학작품들을 읽어가는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보석입니다. 만일 재취업하여 출퇴근의 부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면 이렇게 인생을 통찰하는 기회를 잃었을 것입니다. 공제회의 장기분할 급여 제도는 이런 면에서 퇴직자의 노후를 의미있게 돌보는 유용한 제도라고 느낍니다.
지금은 읽는 일에 모든 시간을 쏟고 있지만 세월이 지나 쓰기 능력이 좀 길러진다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가치 있는 글을 세상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가슴 벅찬 꿈을 꾸게 도와주는 교직원 공제회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