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정년퇴직하여 연말을 맞고 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할 정도로 빠르게 갔다. 퇴직 즈음엔 노후가 불안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교직원공제회 자금이 있어 든든하였다. 일단 생활비 걱정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는 형님께서 게이트볼 입단을 권하셨다. 아니 형님, 내가 아직 60대인데 게이트볼이라니요, 그건 칠십대에 들어 기력이 다 떨어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스포츠 아닌가요? 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 형님은 나의 혈육보다 더 진하게 내 인생을 챙겨주는 분이다. 지역게이트볼회 총무를 보시면서 '좀 젊은층이 들어와서 활력을 줬으면 좋겠다. 해보자' 하셔서 입단을 결심했다.
게이트볼은 5명이 한 팀을 이루어 스틱으로 둥근공(당구공과 비슷하다)을 쳐서 3개의 게이트를 통과하여 승점을 얻는 스포츠다. 정교한 샷이 필요하고 상대팀과의 겨룸에 있어 고도의 전략도 요구되는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경기임을 알게 되었다.
마치 학교 출퇴근하듯 아침에 볼장에 나가 경기 연습을 하고 점심도 즐겁게 같이 매식도 하고 해먹기도 하면서 재미를 붙여갔다. 나이 많으신 90대 어르신도 멋지게 샷을 날리시는 걸 볼 때는 감탄이 나온다. 인생은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가꿔나가느냐에 따라 젊게도 살고, 늙은 사람으로 나약하게 살기도 하는 것 같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보내지 않아 아내도 내심 기뻐하며 응원했다. 지역대회 및 도대회, 전국대회등에 고루 출전하면서 10월말까지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직장 때보다 생활의 활력이 곱절로 늘어났다. 더구나 나같은 60대 초반의 남녀 팀이 만들어져 월 2회 정기모임도 가지게 되었다. 카페에 가서 인생살이 얘기도 나누고 웃음도 터뜨리면서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퇴직 생활을 즐기고 있다.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점심 식사 때 집김치를 가져오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밤을 쪄오고 솜씨 좋은 아내를 둔 분은 맛깔나는 우럭매운탕을 끓여 오는 등 이웃사랑과 저의 나눔, 배려와 함께함의 의미 등, 삶의 풍요를 넉넉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자금을 마련해 둔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아내는 말한다. 인생의 주기가 한 사이클 도는 느낌이다. 젊을 때는 혈기로 살고,퇴직 후 나이 들어가면서는 이웃과 함께 하며 인생의 깊이를 알아가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의 정년퇴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후의 생활도 게이트볼을 통하여 활력을 부어준 형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