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민*혜 2025-05-01
언니한테 들었던 "내일 당장 돌아와도 실패가 아니야"라는 말. 저는 대학 막학기에 휴학을 하고 지구반대편 남미로 떠난적이 있어요. 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입시도 성실히 겪어냈지만 막상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어 졸업에 대한 두려움이 큰 시기였어요.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진짜 내 진로를 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공간적으로도 부모님과 모든 기존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선택한 곳이 남미였고 경제적인 것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한국과 비교하면 열악한 숙소를 얻고 세간살이에도 돈을 안썼어요. 당시에 깨끗한 집을 구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알리고자 영상통화를 하는데 가족들은 많이 충격적이었나봐요. 그때 언니가 침대도 없고 매트리스도 안보이는 걸 보고는 "네 집, 네 방이 여기 아직 그대로 있는데 거기서 뭐하는거야. 언제라도 바로 돌아와도 괜찮아. 내일 당장 돌아와도 실패가 아니야"라고 말해줬어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놓인것 같아요. 적어도 내 선택이 비난받을까봐 또 다른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지는 않는 말이었어요. 저는 이후로 그곳에서 계획했던 공부와 직업적인 부분, 봉사활동을 다 하고 1년이 지나서 다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내내 언제든 아무렇지 않게 날 반겨줄 가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주는 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