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김*선 2025-05-02
"선생님께서 저를 믿어주신 덕분에 제가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6학년 때 제자가 2025년 2월에 찾아와서 이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간섭을 많이 하여 다른 친구들도 그 학생을 싫어하고 선생님들도 그 학생의 담임을 하기 싫어했던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이 친구의 행동이 누적되어 있어서 다른 친구들이 이 친구가 하는 말에는 무조건 예민하게 반응을 했습니다.

그 날도 역시 무슨 말을 한마디 했는데 모든 친구들이 이 친구를 향해 벌떼같이 달려들어서 이 친구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왜 이 친구를 뭐라고 하느냐, 이 친구도 집에서 귀한 아들이다. 선생님이 혼을 내도 혼을 내고 칭찬을 해도 선생님이 할테니 너희는 하지 말아라" 라며 지도를 했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반성문을 쓰자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지금까지 자기 편을 들어준 사람이 없었는데 제가 자기 편을 들어줬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친구가 한참을 울더니 저에게 다가와서 "선생님 제가 잘못했으니 제가 모든 학생들의 반성문을 쓰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총 학생이 23명인데.. 그 많은 반성문을 자신이 쓰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에게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오라고 한 후 우리반 전체 학생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너희 대신 이 친구가 너희가 쓸 반성문을 쓴다고 하더라. 이 친구의 마음이 기특해서 너희 모두 용서해 주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어떻게 하면 친구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일기 숙제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반 친구들이 그 친구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써있던 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반 학생들도 그 친구를 향한 태도가 달라졌고 그 친구 또한 다른 친구들을 간섭하는 행동을 서서히 고쳐나가서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아무런 트러블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리곤 중학교 가서 스승의 날 때 전교 1등 성적표를 저에게 선물로 종종 보내주었습니다. 대학 진학할 때가 다 되어 소식이 참 궁금할 때 재수하여 의대를 갔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날 와서 저에게 "선생님께서 저를 믿어주신 덕분에 제가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해주어 정말 감격했습니다.

2019년 너무 힘든 아이들을 많아 교사로서 자질이 없나 보다. 적성이 맞지 않나 보다. 사표를 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교직 기간동안 제가 만나는 학생들을 믿으며 지도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