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에 못된 친구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나올 법한 그런 유형의 친구였고, 여름방학이 지나서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앓던 이를 뺀 것 같이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친구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다시 학교에 다니라고 하셨다는 겁니다. 저는 그때 담임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 그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어서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그 친구가 학교에 다시 다니게 된 것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학교가 학생을 포기하면 학생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학교는 학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비로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33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사로서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말입니다. 말썽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친구였는데, 그런 친구를 같은 학급에 두고 담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지금, 선생님의 말씀이 더욱 감동적으로 가슴에 남아 있고 힘들 때마다 되새기를 말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