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발표 수업 시간에 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더듬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반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한 성격이었던 저는 그날 이후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졌고, 자신감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그날 오후, 발표를 지켜보셨던 국어 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저는 혼나는 줄 알고 떨리는 마음으로 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답게 해도 괜찮아. 말투도, 속도도, 발표 방식도 남들처럼 안 해도 돼. 진심이 전해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선생님은 저의 느린 말투와 수줍은 발표 방식이 오히려 진심이 묻어나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셨고, 그 말을 들은 저는 처음으로 ‘내 방식대로 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더 이상 억지로 남처럼 말하려 애쓰지 않았고, 차분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투로 발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변화된 저를 보며 선생님께서 응원해 주셨고, 그 경험은 지금도 제가 사람들과 소통할 때의 큰 원칙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