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류*현 2025-05-18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었을때, 하얀 서리눈을 쌓이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 잡힌 선생님을 보고 아이들은 담임이라는 말대신 할아버지라 불렀습니다.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이한 새 학년이었기에 친구도 없었고 낯설기만 한 서울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던 저에게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죠.

중간고사 결과가 나온 날, 선생님께서는 절 불러놓고 말씀하셨습니다.
"등수가 너의 인생을 좌우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가 이루지 못할것 같은 커다란 꿈을 정하고 그것을 향해 간다면 어느순간 넌 1등이 되어 있을 거란다. 지금 학교에 있는 이유, 하루하루 숨쉬는 이유가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렴"
그때는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나에게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 같아 매일 윤리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선생님은 참으로 쌩둥맞은 분이셨습니다.
윤리 교과서를 펴 놓고 수업시간 50분 내내, 우리들에게 첫사랑 이야기, TV에 나오는 뉴스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짧은 시간이남아 조금은 숨통을 틔이며 고2를 보냈던것 같습니다.

어느덧 2학기 기말고사가 지나고 겨울 방학이 다 되어 갔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탓인지 선생님께서 감기에 걸리셨습니다.
할아버지 선생님이 걱정되었던 저는 점심시간에 약국을 가서 감기약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교무실로 몰래가 선생님의 자리에 감기약을 놓고 나왔습니다.
한숨이 놓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 나오고 있었나봅니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이제 3학년이 되는 해.
할아버지 선생님께서는 교단을 물러가셨습니다.
그렇게 헤어져 졸업을 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평범한 직장인디 외더 나이 40을 목전에 두고 할아버지 선생님을 뵙고 싶어 수소문을 한 끝에 지그은 멀리 하늘나라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할아버지의 말씀이 지금에 저를 만들어 주셨던거 같습니다.
부디 하늘 나라에서 좋은 가르침을 온세상에 널리 알려주시길.... 할아버지 선생님, 정말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