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권 여행작가 | 사진 이병권 여행작가, 국립중앙과학관
글 이병권 여행작가 | 사진 이병권 여행작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중앙과학관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과학의 원리를 배우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과학 전문
전시관으로 열 가지 주제에 따라 공간을 구성했다. 주 전시관인 과학기술관은 과학의 기술적
원리를 배우는 체험형 전시장이다. 전시물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몸으로 느끼도록 구성해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과학 혁명의 역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미래기술관, 한반도의 자연사를 알려 주는 표본이 있는 자연사관을 비롯해 인류관,
생물탐구관, 어린이과학관도 주요 볼거리다.
꿈아띠체험관, 창의나래관, 천체관, 천체관측소는 유료 전시관인데,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관람 요소를 모두 갖췄다. 창의나래관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체험 공간으로 드론
공연장, 전기 쇼, 디지털 물리 쇼 등 즐겁게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전시관이다. 꿈아띠체험관은
7세 이하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스토리텔링형 체험관이다. 천체관에서는 돔 화면에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진 30분짜리 3D영상을 해설과 함께 감상하며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는 영화 ‘파묘’가 인기다. ‘파묘’는 명당에 대한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곁들인 오컬트(Occult) 장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은 좋은 땅에 살고자 했다. 산 사람이
머무는 곳은 물론 죽은 사람이 잠드는 곳도 좋은 자리를 찾아야 후손들이 그 땅에서 대대로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여겼다. 풍수지리에서는 좋은 땅을 명당이라고 불렀다. 한국족보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공동 기획전 ‘명당, 그림에 담다’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 중이다.
‘파묘’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일 것이다.
명당을 찾아 부모의 유해를 모시는 것은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부모에게 효를
다한다는 실천 방법이기도 했다. 자손들은 부모의 묘를 쓴 자리를 기억하기 위해 산도(山圖)를
그렸다. 족보 속에 기록된 산도와 관련한 전시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한국족보박물관의 상설 전시는 한 가문의 가계도인 족보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수록된 많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다. 광개토대왕릉비의 첫머리는
고구려 시조 주몽의 출생과 건국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광개토대왕까지의 계보가 실려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계 기록이라니 흥미롭다. 한국족보박물관 주변은 효를 주제로
한 테마 공원인 뿌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성씨별 조형물이 늘어섰고, 수변
공간과 잔디광장, 산림욕장 등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성심당은 대전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일 만큼 단순한 빵집을 넘어 도시의 아이콘이 됐다.
성심당 창업주 故 임길순 선생과 故 한순덕 여사는 함경도 함주에 살다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으로
남한에 내려와 진해에서 냉면 장사로 생계를 꾸렸다. 이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대전으로 이주해 대흥동
성당 오기선 신부에게 밀가루 두 포대를 선물 받았고, 이 밀가루로 대전역 앞에서 찐빵 장사를 시작하며
성심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부부는 팔고 남은 찐빵을 이튿날 되팔지 않고 가난한 이웃에게 모두
나눠주었는데, 오늘까지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기업의 정신으로 이어졌고,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성심당의 대표 메뉴는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이다. 튀김소보로는 소보로빵 안에 팥소나 고구마무스를
넣고 기름에 튀겨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나고, 판타롱부추빵은 빵 안에 부추와 달걀, 햄을 넣어 만두 맛이
나는 빵으로 이색적이다. 그 밖에도 바게트에 명란젓을 넣은 명란바게트, 페이스트리를 보문산의 메아리치는
소리에 빗대어 만든 보문산메아리도 인기 제품이다.
본점과 주변 골목에는 최근 주목을 받은 딸기시루, 망고시루 등을 판매하는 ‘성심당 케익부띠끄’,
1960~1970년대 다방 분위기를 재현한 찻집 ‘성심당 옛맛솜씨’, 카페와 잡화점 그리고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 ‘성심당문화원’ 등을 운영 중이다. 현재 성심당문화원에서는 성심당의 역사와 현재를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한 ‘시간을 잇다: 성심당 연대기’ 전시가 진행 중이니 성심당을 찾는다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대전에는 칼국수 전문 식당이 많은데, 대를 이어 내려온 칼국숫집도 있다. 6·25전쟁 이후 미국이 구호품으로
밀가루를 원조하면서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대전은 전국으로 밀가루를 배분하는 거점이 되었다. 그러면서
밀가루가 흔해졌고, 칼국수가 대전의 향토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멸치 육수나 동죽으로 국물 맛을
내는 칼국수, 쑥갓이나 바지락, 오징어 등 다양한 고명으로 먹는 재미를 더하는 칼국수, 양념장을 곁들여
얼큰하게 먹는 칼국수 등 오랜 전통만큼이나 칼국수의 맛도 다양하다.
또 두부두루치기도 인기다. 두부두루치기는 원조 음식점이라 불리는 진로집*에서 손님이 양념을 입힌
두부두루치기를 팔아보라고 권한 것에서 출발했다. 두부두루치기가 인기를 끌면서 주변 식당에 퍼져 나갔고,
현재는 두 가지를 함께 판매하는 식당이 많다. 두부두루치기는 고춧가루 양념으로 매콤한 맛이 나는 데다
참기름을 둘러 고소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