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의 취재 기자 및 총괄 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다.
‘플랜테리어(Planterior)’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일컫는다.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플랜테리어를 콘셉트로 한 공간이 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식물을 통해 위로받고 힐링하기 위해 사무실이나 상업 공간에 플랜테리어를
도입하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외출이 제한되면서 플랜테리어 콘셉트가 더욱 선호되기
시작했다.
창가에 작은 식물 화분을 놓는 것부터 커다란 외래종 식물로 거실을 꾸미는 것까지 모두
플랜테리어의 영역이다. 실제 식물 화분은 물론 조화, 식물 포스터 등 식물 관련 소품으로
실내 분위기를 생기 있게 연출하는 것도 플랜테리어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퓨처 오브 어스 파빌리온(Future of Us Pavilion)’은 건축과 자연을 조화롭게 구성해 웅장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인공폭포와 120여
종의 식물, 약 2,500그루의 나무로 공항 내 거대한 숲을 조성했다. 이렇게 플랜테리어는 대규모
건물에서 사무 공간, 카페, 패션 매장 등의 상업 공간 그리고 거주 공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플랜테리어를 선호하는 대표적 상업 공간은 카페다. 자연이 주는 힐링과 여유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랜테리어 카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사례가 증가했다. 이제는 ‘식물원
카페’라는 특정 장르까지 생겨났다. 숲속 정원 카페로 이름을 알린 ‘마이알레’가 식물원 카페의
원조라면, 최근에는 실제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초대형 식물원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다.
김포 ‘글린공원’, 영종도 ‘메이드림(MADE林)’, 양주 ‘오랑주리’, 송도 ‘포레스트 아웃팅스’,
포천 ‘팜브릿지’, 진천 ‘롤스퀘어’ 등이 대표적인 식물원 카페다. 플랜테리어 콘셉트의 식물원 카페는
힐링이 주목적이지만, 인스타그램 피드 사진 촬영에 적합한 핫 플레이스로도 부상하고 있다.
대화와 쉼이 있는 카페에 이어 쇼핑 공간에도 리틀 포레스트가 찾아왔다. 백화점이나 패션 매장 등
원래 쇼핑이 목적인 공간에도 플랜테리어 콘셉트를 접목해 고객들이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 더현대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사운즈 포레스트’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약 3,300m
규모의 실내 정원으로 약 20m 높이의 글라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과 환기 시스템
덕분에 플랜테리어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캐주얼 브랜드들도 점차 플랜테리어를 도입하고 있다. ‘라이프워크’ 메가스토어 명동점은 도심 속
자연을 표방한 친환경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매장 중심부에 돌, 나무, 습기 가득한 이끼 등을 둬
작은 숲에 와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세터’ 롯데월드몰점도 매장 전면과 중앙에 플랜테리어를
내세웠고, 성수동의 ‘EQL’ 편집숍 역시 매장 콘셉트를 도심 속 자연으로 잡았다.
EQL 관계자는 “소비자도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여유를 즐기고 커피를 마시며
커뮤니티도 형성하는 공간으로 저희 매장을 인정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잠잠해졌지만,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이다. 꼭 산이나 숲을 찾지 않아도 카페나 백화점, 집에서 신록 예찬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