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처럼 밀려오는 무력감과 우울의 파도
설마 나도 오춘기!?
소중한 나 자신 되찾는 법
중년기에 10대 사춘기 때와 비슷한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겪는 시기를 ‘오춘기’라 부른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신체적 변화와 함께 무력감, 우울증 등 감정 기복이 있는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은퇴를 앞두거나 정년퇴직으로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대로 일과 사람에 치여 늙어가야 하는 건지, 이제라도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최근에는 서른 즈음의 직장인 중에도 오춘기 증상과 비슷한 심리적 불안감, 내적 갈등을 겪는 이가 적지 않다. 이처럼 오춘기에 빠진 사람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와 극복 방안을 알아본다.
글 강일수 두디스코칭 대표
나이 든다고 저절로 성인(成人)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유명 배우가 오춘기를 겪고 있다며 한 말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확실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연기는 해도 해도 어렵고, 많은 일로 쌓였던 경험이나 깨우침도 어느 순간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배우의 일은 이렇게 자신이 나름 쌓았던 성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이 반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그만의 고민일까? 자녀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은 중년의 직장인도 나이는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진정 성인(成人)이라 할 수 있는지, 향후 인생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삶의 오춘기는 또 다른 성장통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맞닥뜨리는 힘든 시간,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 삶의 오춘기는 또 다른 성장통이다. 세상의 기준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눈앞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다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내가 잘살고 있는 걸까?’ 하는 근본적이고도 단순한 물음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이제야 좀 자리를 잡나 했는데 이 물음은 한동안 자기를 흔들어댄다.
오춘기에 빠진 사람들의 대표적인 증상은 정서적 불안과 위기감이다. ‘내가 생각해 온 건 이게 아닌데’라는 석연치 않은 느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자신이 생각했던 삶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고민이다.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불안과 부담을 느낀다. 직업, 인생, 돈, 결혼 등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힘들어한다.
이 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라고느끼며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경과민, 우울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오춘기를 겪고 있는 직장인들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오춘기 증상은 정도가 다를 뿐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마치 사춘기가 찾아온 것처럼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복잡한 심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무언가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오춘기 증상을 잘 극복하려면 자기 내면에 안고 있는 물음과 외침을 잘 알아차려야 한다. 그동안 내버려 두다시피 했던 삶의 중요한 물음들이 자신에게 다시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원칙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성장해 갈 것인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응답해야 한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내면의 자유와 자존감을 얻을 수 있고, 진리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살면서 세상의 기준과 시선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진실과 거짓을 분간해 내며, 잘못된 관습의 사슬에 저항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
대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기대나 헛된 기대 없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또한 효과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상황도 호전된다. 자기 변화 없이 불편한 상황에서 서둘러 빠져나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춘기에 주의해야 할 점은 ‘그릇된 선택’이다. 삶의 어느 부분에선가 정체와 갈증을 품고 찾아오는 오춘기에는 일종의 자아 고갈(ego depletion)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런 때 무의식적으로 왜곡된 선택을 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오춘기에 빠졌을 때 중요한 선택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좋다. 과거의 선택을 믿고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직업이나 직장을 바꾸기보다는 먼저 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 방법을 바꾸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제일 중요한 일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을 마음에 새겨두자. 그리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 변화를 꾀하며 오춘기를 잘 극복한다면 한 뼘 더 성장해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