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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2 Vol.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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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불어낸 입김이 바스락거리며 얼어붙을 것 같은 계절이 시작됐다. 세상 만물이 겨울잠에 빠지는 계절이기에 이 땅의 풍경들은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연말연시 가장 좋은 여행 테마로 꼽히는 일출 여행을 비롯해 한겨울에 만나는 붉은 동백꽃, 철새들의 보금자리 신성리 갈대밭, 그리고 피톤치드로 가득한 장항송림산림욕장 산책까지. 2022년의 마지막 한 달을 풍요로 채워줄 포근한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서천군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

해 뜨는 서해의 포구와 선홍빛 겨울꽃

충청남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서천군은 오밀조밀 굴곡 많은 서해의 해안선 형태만큼이나 볼거리가 참으로 다양한 고장이다.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한산모시와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소곡주라는 특산품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이곳은 모래로 된 해변이 펼쳐지는 춘장대해수욕장,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금강하구,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나는 홍원항과 마량포구 등 천혜의 자원을 여럿 거느린 곳이기도 하다. 관광 측면에서는 최근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해에서는 드물게 해맞이가 가능한 마량포구,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동백정, 피톤치드 향 가득한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 겨울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로 가득한 신성리 갈대밭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서천군 서면 마량리 마량진항은 돌출된 갈고리 모양지형으로 서해안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마량포구 일출은 장쾌한 동해의 해돋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른 아침, 고깃배들을 인도하는 두 등대 사이를 물끄러미 응시하노라면 고요히 동이 터온다. 이윽고 잔잔한 바다가 용광로 속 쇳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태양을 뱉어낸다.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포구를 나섰던 고깃배가 돌아오면, 갈매기 떼가 어지러이 춤을 추며 어선 주변을 날아다닌다. 한편 마량진항은 이 땅에 가장 먼저 성경이 전해진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1816년 영국 해군 대령이 조대복 첨사에게 성경을 건넸다는 사실이 학계와 종교계의 고증을 거쳐 확인되면서 마량리에 기념관과 기념공원이 조성했다.
마량진항이 자리하고 있는 마량리에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마량포구로 서쪽의 나지막한 산 너머 동백정(冬栢亭)이 바로 그곳이다. 사실 전통 누각인 동백정보다 유명한 것은 따로 있다. 정자 주변에 조성된 동백나무 숲이 그 주인공이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동백나무숲은 300여 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한 인공림이라고 한다. 사철 푸른 동백나무는 이르면 11월부터 한두 송이씩 붉은 꽃을 피워 올리기 시작한다. 해 질 무렵 동백정에 도착했다면 중절모처럼 생긴 꼬마 섬 오력도 너머로 동백꽃처럼 붉은 낙조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마량진항에서는 2022년 12월 31일부터 2023년 1월 1일까지 해넘이 해돋이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동백정과 동백나무 숲 동백정과 동백나무 숲
마량진항 일출 마량진항 일출

울창한 송림 가로지르는 하늘다리에서 바다를 만나다

최근 서천에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장소는 장항송림이다. 서천 장항읍의 바닷가에 펼쳐진 장항송림은 남북으로 약 1.8km에 이르는 해변에 형성되어 있는 품이 넓고 깊은 해송 군락지를 말한다. 서천군은 천혜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이 숲에 산책로를 개설하고 벤치와 원두막 등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등 숲 전체를 ‘장항송림산림욕장’ 이라는 이름의 힐링 공간으로 조성했다. 숲 안으로 한 발짝 들여놓으면 금세 늘 푸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새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와 함께 맑은 솔향이 가슴 깊은 곳까지 깨끗하게 씻어내는 느낌이다.
바닷가에 도착하면 길이 250m의 장항 스카이워크를 만난다. 15m 높이의 장항 스카이워크 위에 오르면 울창한 해송림과 푸른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걸을 수 있다. 하늘다리를 걸어 바다로 나서면 기벌포 해전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이 지역의 역사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금강 하구인 장항읍 앞바다 일원을 기벌포라고 불렀는데, 이곳에서 벌어진 기벌포 해전에서 신라가 당나라 해군을 크게 물리쳤다고 한다.
장항송림은 발이 빠지지 않는 단단한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어 해변을 따라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소나무 숲 앞바다의 대죽도와 유부도 등 아담한 섬은 해 질 녘 장항송림의 풍경을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이곳의 단단한 모래는 예로부터 모래찜질에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고려시대 정2품 평장사를 지낸 두영철이라는 인물이 이곳으로 유배되었다가 모래찜질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해변의 모래에는 염분과 철분 등이 풍부하게 섞여 있어 피로 해소, 신경통,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장항송림산림욕장 장항송림산림욕장
장항 스카이워크 장항 스카이워크

영화 속 주인공 되어 갈대밭 걸어볼까

신성리 갈대밭은 순천만 갈대밭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갈대 명소로 손꼽힌다. 서해안고속도로 동서천 IC와 가까워 신성리 갈대밭을 첫 번째 혹은 마지막 여행지로 삼기에도 좋다. 한산면을 지나 청양·부여 방면으로 달리다가 신성리로 우회전하면 길이 갈대밭으로 이어진다. 일직선으로 뻗은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도로의 막다른 곳까지 다다르면 황량한 논밭 사이로 금강의 범람을 막는 제방이 보인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기나긴 제방에 올라서면 마침내 눈앞에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
신성리 갈대밭은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6대 하천의 하나인 금강 하구에 형성되어 있다. 충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금강은 그 물빛이 곱고 아름다워 이름에 ‘비단 금(錦)’ 자를 넣어 이름 지었다고 한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옥천, 영동, 공주, 부여 땅을 적시며 흘러내려 서천에 이르러 서해로 나가게 된다. 바로 이곳,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금강 하구 일원에는 면적이 무려 33만m2에 이르는 광활한 신성리 갈대밭이 펼쳐진다.
갈대밭은 지난 가을날을 추억하게 만든다. 갈대의 줄기 끝에서 한껏 부풀어 오른 갈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광경은 이제 볼 수 없지만 눈 덮인 갈대밭은 그 어느 계절보다 고요해 오붓한 여행을 만끽하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다. 높이가 2m에 달하는 무성한 갈대밭 사이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서정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순천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갈대가 이 정도로 빼곡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신성리 갈대밭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드라마 ‘추노’, ‘자이언트’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갈대밭에는 탐방로와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 계절의 낭만을 만끽하며 산책하듯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다. 최근에는 추가로 조형미를 갖춘 근사한 전망대가 설치되고 데크형 탐방로도 추가되어 산책하기가 더욱 좋아졌다. 안쪽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면 호수처럼 잔잔한 금강이 보인다. 겨울이 시작되면 금강 하구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변모한다. 청둥오리는 물론 고니, 검은머리물떼새, 기러기 등 다양한 철새 떼가 북방에서 날아와 이곳에서 동절기를 보내기 때문이다. 강변에는 청둥오리들이 한낮의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 애상을 더욱 짙게 만드는 갈대밭 풍경과 함께 계절은 깊어만 간다. 케이 로고 이미지
신성리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 청둥오리 신성리 갈대밭 청둥오리
서천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해 뜨는 서해안에서 맛보는 힐링 푸드

  • 추위 잊게 하는 조개 듬뿍 해물칼국수

    서천은 바닷가 고장답게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먹거리를 접하기가 수월하다. 주꾸미, 전어, 꽃게를 맛보기 위해 서천을 찾는 외지인들 덕에 봄과 가을철 주말에는 홍원항 인근이 인파로 북적이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등 다채로운 조개를 넣은 뜨끈한 해물칼국수가 제격이다. 조개를 푸짐하게 넣어 끓인 시원한 국물은 바닷바람으로 인한 추위를 달래기에도 좋다. 특히 마량진항 가는 길목인 서면에 자리 잡은 모시랑해물손칼국수(041-952-3460)는 모시조개를 듬뿍 넣은 해물칼국수가 대표 메뉴인 식당으로 칼국수에 겉절이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맛이 기막히다. 마서면 덕수궁해물칼국수(041-956-7066)와 하구둑해물칼국수(041-956-3366)도 믿고 찾을 만하다.
  • 문헌서원에서 맛보는 몸에 좋은 한정식

    서천군 기산면 영모리에 위치하는 문헌서원은 한산 이씨 명조 선현 8위를 제향하는 서원으로 1594년(선조 27년) 창건되었다. 이후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사라졌던 문헌서원은 1969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문헌서원에서는 ‘문헌전통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통 가옥 숙박을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헌전통밥상’을 예약해 맛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텃밭에서 기른 신선한 재료와 함께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정성과 영양 가득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전통밥상은 전화(041-953-5896) 예약을 거쳐야 한다.
  • 못생겨도 영양 풍부한 겨울 별미 물메기탕

    못생겼지만 맛 좋기로 소문난 물메기는 겨울철 서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가장 인기 좋은 생선의 하나로 손꼽힌다. 겨울 별미로 명성이 자자한 물메기는 살이 부드러워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식감이 특징이며, 콜라겐이 풍부하게 함유된 고단백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잠뱅이, 물꽁이라고도 부르는 물메기는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종 해산물은 물론 과일, 농산물까지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천특화시장에 가면 바로 이 물메기를 직접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천특화시장은 1층이 수산물 코너, 2층이 식당이므로 이곳에서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보고 시원한 물메기탕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