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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3 Vol.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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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그림책의 숲에서
창작하고 치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삶'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좋그연)
이현아 ·조시온 교사
‘좋아서’를 명사로 연결하면 ‘길’이나 ‘꿈’이 적합할 듯하다. 좋아서 하는 일이 ‘없던 길’을 내고 ‘새로운 꿈’을 낳는 까닭이다. 그 여정에 ‘벗’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지치지 않고 쭉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아·조시온 교사는 그림책으로 삶을 탐구하는 교육 공동체 ‘좋그연(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의 운영진이자 작가들이다. 그림책으로 수업하고 직접 그림책을 창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간다. 이런 시간이 쌓여가면서 좋았던 것이 점점 더 좋아진다.

박미경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교육 공동체

성향은 달라도 취향과 지향은 같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니, 서로 다른 기질을 갖고도 마음과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두 사람은 14년 지기다. 초보 교사 시절을 함께한 옛 직장 동료이자, 상대방의 고민을 눈 밝게 알아보고 발 빠르게 도와주는 친구 사이다. 그 우정의 중심에 그림책이 있다. 아이들의 영혼과 교감하면서 아이들이 지닌 가장 좋은 것을 스스로 ‘끌어내게’ 도와주는 교육. 그 도구로 선택한 그림책이 그들의 관계를 갈수록 더욱 풍성하게 한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시작된 활동을 학교 밖으로 넓혀가면서, 수천 명의 회원이 수천 개의 동심원을 ‘따로 또 같이’ 그리고 있다. 삶을 담은 그림책으로, 별을 품은 ‘우주’를 만들어 간다.
“좋그연은 2017년 가을,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현직 교사 8명이 모여 만들었어요. 현재는 15명의 운영진과 5,500여 명의 네이버카페 회원이 그림책을 매개로 활발히 소통 중이에요. 직업도, 지역도, 연령대도 다양해요. 모임의 외연을 확장하면서, 학교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신나게 해나가고 있어요.” 좋그연 대표 이현아 교사(서울개일초등학교)의 말이다.
통로는 ‘통하여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다. 좋그연교사들은 그림책으로 그 길을 낸다. 같이 감상하고 따로 창작하면서, 미처 몰랐던 내면과 비로소 해후한다. 중요한 것은 독자에서 창작자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읽기를 ‘들숨’으로, 쓰기를 ‘날숨’으로 표현한다. 숨을 들이쉬고 나면 시원하게 내뱉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기 안에 피어오른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그 사실을 알았던 이현아 교사는 2015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읽기와 쓰기를 번갈아 하는, 감상과 창작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순환 그림책 수업을 공교육의 틀안에서 진행한 것이다. 그 곁에 조시온 교사(서울양전초등학교)가 있었다. 2010년 서울청담초등학교에서 첫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현아 교사는 그 학교에서 이미 근무 중이던 조시온 교사와 그림책 수업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 ‘욱여넣는’ 교육에서 ‘꺼내 놓는’ 교육으로. 그림책을 통한 변화의 길에 조시온 교사도 합류했다.

감상에서 창작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삶으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자신들의 경험이나 감정을 솔직히 꺼내 놓더라고요. 그게 창작의 씨앗이에요. 회복의 출발이고요. 독립 출판으로 아이들의 그림책을 꾸준히 묶어오면서, 그림책 창작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오롯이 지켜볼 수 있었어요.” 조시온 교사의 눈빛이 아이처럼 반짝거린다.
창작의 주체는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좋그연의 주요 철학은 ‘아이들 곁에서 교사도 함께 창작하는 것’이다. 좋그연 운영진 교사들이 그동안 펴내고 번역하고 기획한 책은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이라는 공저 에세이를 비롯해 약 60권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그렇듯, 교사들도 스스로 발견해 낸 마음들을 그림책으로 한 권씩 담아내고 있다.
두 사람도 저서가 꽤 된다. 이현아 교사는 자신의 그림책 수업 노하우를 담은 「그림책 한 권의 힘」 외에 20여 권의 그림책과 디자인 교양서를 번역한 바 있다. 곧 직접 쓴 두권의 어린이 책이 나온다. 우체통에 담긴 아이들의 고민에 따뜻한 답장과 적절한 그림책 처방을 내려주는 어린이 그림책 「마음약국」, 자신이 접하고 싶었던 삶의 가치를 어린이의 언어로 풀어낸 「용기 주는 말」이 그것이다. 조시온 교사에게는 네 권의 그림책 저서가 있다. 캄보디아 복뱅초등 학교에서 직접 봉사하며 겪은 일을 담은 「맨발로 축구를 한날」, 교실에서 ‘화’를 다스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쓴 「앵거 게임」, 눈 대신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해주는 「마음안경점」, 협력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줄다리기」가 그것이다. 모두 교사로서 고민해 온 문제들을 담은 책이다. 교실이라는 ‘우물’에서 자신만의 글감을 그는 날마다 새롭게 퍼 올린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려면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그림책 창작이 저를 성장하는 삶으로 계속 이끌고 가요.” 창작에 대한 조시온 교사의 소회다.
이현아 교사도 마찬가지다. 창작을 시작한 후로 그는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가진 사람인지를 수시로 생각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교사로서 자신이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과연 건강한지 그림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것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려면 ‘좋은 관점’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글’은 그 과정에서 나온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아이들의 내면을 일깨우는 그림책 수업

그림책을 수업으로 활용한 여러 사례 가운데 이현아 교사는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 쓴 「오드리 헵번 이야기」를 ‘우리 엄마 자서전 쓰기’로 연결해 본 경험담을 들려준다. 최근 외로웠던 적은 없는지, 언제 고향 생각이 나는지, 어떤 말을 들을 때 힘이 나는지…. ‘가장 가깝기에 외려 더 모르는’ 엄마에게 아이들이 직접 물어 글을 써보게 했다. 아이들이 쓴 엄마의 자서전은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가 됐다. 엄마라는 렌즈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의 마음이 한 뼘 더 자란 듯했다.
조시온 교사는 자신의 책 「마음안경점」으로 수업을 진행한 일화를 소개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함께 읽은 후, 아이들 각자의 열등감을 쪽지에 익명으로 쓰게 했다. 그것을 무작위로 섞어 나눠주고 각자 자신이 받은 고민 쪽지에 답을 적어주게 한 것이다. 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알게 됐다. 크게만 보였던 자신의 고민이 친구들의 눈을 거치면 아주 작아 보인다는 것을, 건강한 생각을 가지려면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 식의 사례를 좋그연 선생님들은 무수히 경험했다. 그것들을 모은 공저 「그림책 수업」이 2024년 3월에 출간된다. 그 책이 우리 교육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그들은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림책의 숲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아이들

현직 교사들의 취향 공동체 겸 교육 공동체로 출발한 좋그연은 어느덧 그림책 애호가들의 치유 공동체이자 성장 공동체가 되어간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길에 모여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 달에 한번 오픈 강연을 진행하며 전국 교사들과도 소통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고, 이후 동명의 네이버카페를 개설해 학교 밖 사람들과 길을 함께 걸어왔다. 대형 강연 대신 15명의 운영진이 매월 주제를 정해 ‘월간 좋그연’이라는 오프라인 소모임도 시작했다. ‘수업이 좋아서’, ‘그리니까 좋아서’, ‘밑줄이 좋아서’ 같은 주제로, 저마다의 관심사를 품은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그림책 사랑을 흠뻑 나누고 간다.
“2019년 가을, 캠핑 형식으로 마련한 오픈 강연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진행자가 우리 둘이었어요. 무대 위에 텐트를 쳐놓고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가는데, 반딧불이와 풀벌레 소리가 조명과 음향을 대신해 주더라고요. 글자 그대로 힐링 캠프였죠. 한 번을 만나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해요.” 이현아 교사의 말에 조시온 교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그림책은 ‘삶의 압축판’이다. 인생의 모든 화두가 그 안에 다 있기 때문이다. 치유는 ‘이야기’를 타고 온다. 그림책의 숲을 누비며 자기 안의 문제를 풀어가는 일. 어른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불현듯 큰 힘이 된다. 케이 로고 이미지
'꿈 너머 꿈'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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