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사진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온도와 습도가 최고점에 달하는 여름철은 숨 막히는 더위와 습기로 몸이 쉽게 처지고 입맛까지 잃기 쉽다.
땀 배출량도 평소보다 많아 꾸준한 수분 섭취와 원기 회복을 위한 건강식을 챙기지 않으면 일상에서 쉽게
지치고 기력이 떨어진다.
음식을 약으로 여긴 선조들은 이 계절이 되면 당시 귀했던 소 대신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육고기를
푹 삶거나 고아 먹었다.
여름 보양식으로는 주로 삼계탕, 추어탕, 해신탕(닭과 전복, 낙지를 넣고 맑게 끓인 탕) 그리고 원기 회복에
좋다고 알려진 장어구이 등이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대신 ‘이냉치열(以冷治熱)’을 선택하는 이들은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 다양한 건강식 재료를 올린 냉우동 등을 찾기도 한다. 각자 취향과 기호에 맞춰 맛과 영양을
겸비한 보양식을 찾아 먹는 것은 여름철에 누릴 수 있는 즐거운 호사가 아닐까.
최근 뜨는 보양식 재료는 오리다. ‘여름철 보양식=삼계탕’이라는 공식에 가려졌을 뿐 오리고기는 체질과
상관없이 속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 회복을 돕는 대표적 건강식 재료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오리고기는
대중식당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 오리고기가 보양식으로 대중화된 것은 아무래도 전라남도 향토 음식의 영향이
크다.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전남 지역에서는 예부터 귀한 손님에게 들깻가루를 넉넉히 넣고 푹 끓인 오리탕을
대접했다. 현재 유통되는 오리고기의 대부분이 전남에서 생산되며, 광주에는 ‘오리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오리로스구이와 오리탕으로 유명한 광주 식당들이 방송에 나오면서 이후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오리탕을 비롯한
다양한 오리 요리를 여름철 몸보신 메뉴로 찾는 이가 늘었다. 오리를 즐겨 먹게 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오리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양, 푹 고았을 때 꿀떡 넘어가는 살코기와 뼈, 녹진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 맛이
꽤 매력적이다.
*출처: 『월간외식경영』 2023년 6월호 ‘여름철 외식 메뉴 활성화 설문’
오리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해 근육 성장과 회복에 도움을 준다. 운동선수들이 과격한 훈련을 끝낸 후에
회복식으로 오리탕이나 오리주물럭을 먹기도 한다. 비타민과 철, 아연, 셀레늄 등의 미네랄 성분은 신경
기능과 혈액 생성, 면역 체계 강화에 좋고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염증을 줄이고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를 늦추며 피부 건강에도 좋다. 다만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심혈관질환자는 적당량만 먹기를 권한다.
오리로 만든 보양식으로 맑은 오리탕과 훈제오리 묵은지롤 두 가지를 추천한다. 오리탕 하면 보통 오리를
통째로 고아낸 국물에 들깨와 감자, 무, 버섯, 깻잎 등을 푸짐하게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끓여내는
방식을 생각하지만, 백숙처럼 끓였을 때도 오리고기 본연의 고소함과 단백함이 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데친
부추나 쪽파를 곁들여 먹어도 별미다.
훈제오리 묵은지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훈제오리 제품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다.
물에 헹군 묵은지에 양념한 밥과 깻잎, 훈제오리를 올려 김밥처럼 돌돌 말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먹으면
맛은 배가 된다. 백미를 현미나 잡곡밥, 곤약밥으로 대체하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탁월하다.
• 재료 | 오리 1마리, 대파 1대, 생강 1톨, 마늘 4쪽, 황기 1대, 당귀 조금, 대추 4알, 부추 200g, 통후추 1큰술, 물 2L, 소금 약간 |
• 재료 | 슬라이스 훈제오리 250g, 묵은지 1/2포기, 깻잎 10장, 밥 조금, 참기름 약간, 깨소금 약간, 소금 약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