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행복의 열매 > OTT 속 세상 

OTT 속 세상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에서
당신은 제대로 살고 있나요
OTT 속 세상01
OTT 속 세상01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을까?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사후 세계를 유쾌하게 그리며 이 질문에 답한다. 80대 ‘해숙’이 천국에서 30대 남편과 재회하는 황당한 설정 속에서도, 드라마는 삶의 멈춤이 곧 치유와 성찰의 기회임을 보여준다. 과연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던진 멈춤과 회복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 사진 JTBC

80대에 만난 30대 남편

정신없이 살다 보면 또 하루가 간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 데…’ 하면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달이 지고 해가 바뀐다. 천국지원센터 센터장은 천국에 온 신입생들에게 묻는다. “너무 바빠서 제대로 못 살아봤잖아요? 지나간 일들을 후회하느라, 내일은 또 뭐가 어떻게 될까 불안해하면서 애만 쓰다가 제대로 못 살아봤잖아요. 언제 죽을지 알았다면 그렇게 살았을까요?”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죽음, 그 이후의 세계’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로맨틱코미디라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일수꾼 ‘해숙’이다. 초상집까지 찾아가 망자의 빚을 받아내는 그녀는 40년 넘게 하반신 마비 남편 ‘낙준’의 수발을 들며 살아왔다. 남편의 보상금을 떼이고 얼떨결에 시작한 일수는 그녀를 백전노장 파이터로 만들었다.
마침내 남편이 눈을 감고, 이듬해 해숙도 세상을 떠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저승사자와 함께 천국 입국 심사대에 서 있다.
천국에서는 자신이 살아갈 나이대를 선택해야 한다. 단, 한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다. 해숙은 남편이 죽기 전 “지금이 가장 예쁘다”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80세를 선택한다. 그런데 남편은 30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부부가 아닌 모자로 보이는 이 황당한 재회 앞에서 해숙은 당황한다.

죽음 너머의 삶, 그곳은 간이역일까

드라마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멈춤’의 순간을 통해 삶의 본질을 되묻는다. 죽음이 평등한 이유는 그 누구도 죽는 시점을 알 수 없고, 어떻게 살았든 떠날 때는 빈손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사후 세계는 단순히 죄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통찰을 얻는 회복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천국지원센터에는 ‘기억의 방’, 즉 ‘통찰의 방’이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고글을 착용하면 가상세계처럼 전생의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를 통해 망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해숙 역시 자기 삶을 돌아보며 “내가 이렇게 살았는지, 내 삶인데도 몰랐어요. 진짜 열심히 살았어. 참 미련 맞게”라고 고백한다. 이에 천국지원센터장은 “행복했던 기억 안에도 슬프고 먹먹한 기억들을 다들 감추고 살아요. 그래서 제대로 치유 안 하면 그 기억들이 또 아프게 만들어요”라고 말한다. 그의 대사는 상처의 인식과 치유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이곳이 단순한 사후 세계가 아님을 시사한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천국은 착한 일을 해서 가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오히려 잠시 들르는 ‘간이역’에 가깝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포도알을 1개씩 받는데, 6개를 받으면 가차 없이 지옥행이다. 반대로 좋은 일을 하면 환생해 다시 현생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해숙은 천국에서 포도알 4개를 받았다. 과연 그는 지옥으로 떨어질까, 아니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시청자에게 삶의 의미와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OTT 속 세상04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OTT 속 세상04
죽음은 끝이 아닌 회복과 새로운 시작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인연과 업보 그리고 이를 풀기 위한 용서와 화해에 주목한다. 천국지원센터장은 동물을 학대한 인간에게 분노를 품고 있는 강아지 ‘짜장이’에게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있으면 이미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멈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용서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아닐까.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곳에서는 지옥마저도 끝이 아닌 기회의 공간이다. 이는 반복되는 환생을 통해 억겁에 걸쳐 천륜과 인연이 얽히고설킨다는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와 이어진다. 천국지원센터장의 말에는 이러한 드라마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수없는 생을 거치는 동안 어느 때엔가 우리에게 소중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은혜를 입었거나, 또 언젠가 한 번은 내가 해를 입혔던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64년 차 국민 배우 김혜자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은퇴작이 될 이 작품에서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하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던지고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