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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섬진강 물길 따라 넉넉함이 흐르는
경남 하동
차별의 벽 허무는 반편견 교육
지리산을 따라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남해를 굽어볼 수 있는 천혜의 절경을 지닌 곳 하동. 지리산 거사봉(1,133m)에서 발원한 악양천이 백운산과 섬진강을 만나면서 비옥한 악양의 평야를 만들었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섬진강 변의 보드라운 모래톱과 너른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며 넉넉한 여유로움을 느껴보자.

글 이주영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이자 네이버 대표 카페 ‘나홀로 여행가기 나만의 추억만들기’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 만한 곳 선정위원회’ 선정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으며 「셀프트래블 타이완」, 「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 「나홀로여행 컨설팅북」, 「주말에 어디가?」 등을 집필했다.

하동의 천년 역사를 간직한
쌍계사

영남과 호남이 어울린다는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로 가는 십리 길에 가을이 깊어간다. 계곡 건너로 눈에 들어오는 올망졸망한 녹차밭은 살가운 느낌이 든다. 쌍계사는 통일신라 성덕왕 때 의상대사의 수제자 삼법 선사가 당나라 육조 혜능조사의 정상(두상)을 모셔다가 계곡 깊숙한 곳에 봉안하고 옥천사라는 이름으로 사찰의 문을 열었다. 이후 정강왕 때에 이르러 쌍계사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주문과 금강문을 지나면 나오는 팔영루는 진감 선사가 중국에서 들여온 불교음악을 우리 사찰에 어울리는 사찰 음악인 범패로 발전시킨 장소로 알려져 있고, 대웅전과 팔상전의 불화 또한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보물이다. 대웅전 앞 고운 최치원 선생의 글씨로 명문이 깨알같이 새겨진 진감선사탑비(眞鑑禪師塔碑)는 세월에 마모되어 자세한 내용을 살필 수 없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금석문으로, 국보 47호로 지정되어 있다. 화려한 탑비 맞은편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애불은 부처님을 바라보며 불공을 올리는 수행자의 모습을 닮았다. 많은 사람이 수많은 보물과 국보가 보존된 쌍계사를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안과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일 터. 쌍계사 입구에 쓰인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글을 곱씹으며 사찰의 이곳저곳을 가만히 거닐어 본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쌍계사 마애석불 (사진출처: 디지털하동문화대전)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삼성궁은 1983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성전이자 수도장으로, 청학동 출신인 강민주(한풀 선사)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3만 2,231㎡(4만 평)에 이르는 산지에 고대의 소도를 상징하는 1,500여 기의 솟대 돌탑을 쌓고 여러 개의 연못을 만든 곳이다. 이곳의 전경은 이국적이면서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신비롭다. 순례길은 단박에 오르긴 쉽지 않으니 가벼운 등산을 각오해야 한다. 쉬지 않고 오르면 20분이면 오를 수 있지만 분위기에 취해 쉬지 않고 오를 수가 없다. 걸음이 멈출 때마다 가쁜 숨과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삼성궁 최고의 풍경은 건국전 아래 태극지라 불리는 연못으로, 에메랄드빛 연못을 감싸고 있는 오색단풍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낸다.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이 설치된 전망대와 노을
삼성궁

예전부터 동정호를 소문으로 들었더니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네 오나라, 초나라가 동쪽과 남쪽에 갈라섰고,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호수에 떠 있도다. 친한 벗에게선 편지도 한 장 오지 않고 늙고 병든 몸만 외로운 배 안에 있네. 고향 관산 북쪽에선 전쟁 일어났다니 그저 난간에 기대어 눈물 흘릴 뿐.
악양루에 올라 - 두보(杜甫)

두보의 기분을 느껴보는
스타웨이 하동

높을 岳(악), 볕 陽(양). 악양면의 명소 스타웨이 하동은 섬진강 수면으로부터 150m 상공 위에 별 모양으로 지어진 스카이워크다. 스타웨이에 오르면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멀리 소백산맥 연봉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눈이 시원하다. 이 광경을 보면 당나라 시인 두보의 작품 ‘악양루에 올라’에서 이름을 따온 호수, 동정호와 어우러진 모습에 ‘여기가 악양루인가’하고 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별 모양으로 된 스카이워크 한가운데 만들어 놓은 유리 바닥 위에 올라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발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카페가 있다.

1960년 분석학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스타웨이 하동
1980년 관악캠퍼스의 약학대학(21동)의 모습평사리 들판
울창한 숲에서 온전한 힐링,
하동편백자연휴양림

2020년 여름에 개장한 휴양림으로 빽빽한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하동군에서는 하동 출신 고(故) 김용지 선생이 무상 기부한 편백나무로 누구나 숲을 찾아와 쉴 수 있도록 휴양림을 조성했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걷기 좋은 길이 여러 갈래 이어져 있고, 숲속의 집과 글램핑 시설이 들어서 있다. 휴식과 명상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숲속의 집 테라스에서 내다보는 고요한 전경은 지친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입구에 자리한 매표소에 도착하면 길이 제법 가파르다고 언질을 준다. 휴양림 입구의 안내소를 지나 200m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작은 연못 옆에 ‘편백숲길’ 산책 코스를 안내해 놓은 알림판이 있다. ‘상상의 길’(2.7km), ‘마음소리길’(1.5km), ‘힐링길’(1.7km)이라는 이름으로 총 5.9km의 편백숲길이 이어진다. 매표소 직원의 안내처럼 제법 경사가 이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게 되지만 폐 속 깊이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피톤치드로 몸속 샤워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1960년 분석학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하동편백자연휴양림
섬진강의 맛,
재첩국

재첩을 넣고 맑게 끓인 재첩국은 하동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국내에서는 섬진강이 재첩 출하량도 많고 맛있기로 정평이 났다. 하동 거리 곳곳에는 ‘재첩’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자라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로도 불린다. 하동군은 섬진강 특산물 재첩을 이용한 요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에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재첩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전문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하동 특산물인 참게로 끓인 참게탕도 인기다. 집게다리에 털이 북슬북슬한 참게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푹 끓인 참게탕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