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기자
친환경 X 체험 X 힐링을 더한 쇼핑 공간의 혁신
지난해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코로나19로 숨죽이며 움츠리던 모든 이들에게 ‘꿈의 월드’로 다가왔다. 상상만으로 그리던 모든 것이 이곳에 구현됐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끈 파격은 공간이었다. 매장은 말 그대로 장사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마치 장사는 뒷전인 것처럼 장소를 꾸몄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고스란히 자연조경과 휴식 공간으로 할애했다. 3,300㎡ 규모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와 12m 높이의 인공폭포 ‘워터볼 가득’은 흡사 여행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MZ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가치 부여
더현대서울은 이런 모든 기준에 맞춘 ‘정석’처럼 움직인다. 방문자의 편한 보행과 미적 가치를 위해 1~8층의 기둥을 모두 없앴다. 공조시스템이나 배관 등도 모두 건물 밖으로 빼놓아 개방감을 최대한 살렸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생존 먹거리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증명한다. 더현대서울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두 달간 이어지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춘 ‘흥미로운 매장’을 선보인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BTS의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 문구를 새겨 자기만의 취향을 반영한 케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케이스 티파이’ 등 젊은 세대의 문화 코드가 한껏 녹아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한 기술 활용도 이곳의 자랑이다. 리테일 테크(Retail-tech)로 불리는 ‘언커먼스토어’는 한국 백화점 최초의 무인매장으로 패션 잡화, 생활용품 등으로 꾸며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가치가 건강·환경·안전 등으로 바뀌었다며 “구매 그 자체보다 정서적 안정을 위한 힐링 가치, 그리고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 가치가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양주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도 실내 정원을 비롯해 2,300㎡ 규모의 야외공원 ‘시크릿가든’을 구비했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도 인근 백운호수 등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광장에서는 피크닉도 가능하다. 새로 분양되는 상업시설에서 리테일 테라피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청량리역에 들어서는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아파트는 세계적 아티스트 카미유 왈랄라의 작품을 이용한 아트 라운지 5개, 휴게 라운지 13개, 초대형 벽면 조경(높이 25m, 폭 3m 규모) 등을 마련한다. 아파트 앞에는 3,400㎡ 크기의 공원도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신설된다. 유통업은 온라인 커머스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지만, 오프라인의 ‘리테일 테라피’를 통한 새로운 추격도 만만치 않다.생존을 위한 유통 혁신이 가져온 체험형 매장의 탄생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변화에 안일했고 기술이나 빅데이터에도 무관심했다. 그러다 모든 주도권을 온라인에 넘겨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제공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변화로 소비자와 대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