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생각의 뿌리 > 멘토 인사이드 

멘토 인사이드

디지털 시대의 창의적 인간,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법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멘토인사이드01
디지털 도구와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인간 고유의 가치와 창의성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존재로서 이를 발현해 나갈 수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서사를 바탕으로 이름을 알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인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날카로운 감각으로 시대의 마음을 캐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도구와 AI가 발전하면서 과거에 여러 사람이 해야 하던 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집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립을 추구하는 개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시절 조직에 헌신해 노후를 대비하던 과거의 생존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다만 변화를 체감하는 시기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20년 넘게 소셜 빅데이터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한발 앞서 감지해 왔다.
‘시대예보’라는 개념은 그가 세상에 던진 일종의 선언이자 화두다. 다음날을 대비하기 위해 일기예보를 참고하듯, 다가올 삶을 준비하려면 더 큰 호흡으로 변화를 바라보는 시대예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통찰을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이하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호명사회』(이하 『호명사회』)라는 시리즈 형식의 책으로 풀어내며,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인생이 길어지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생존만을 위해서 살지는 않게 됐잖아요. 과거에 유망했던 직업이 지금은 유망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도 유치원생부터 의대 입시반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렇게 현재의 삶을 미래를 위한 땔감으로 쓰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과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와 같은지 살펴보고 싶었죠. 저의 첫 책과 두 번째 책인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와 『상상하지 말라』에서는 ‘데이터의 눈’을 통해 현실을 분석했어요. 2021년에 낸 『그냥 하지 말라』에서는 현실을 직관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한 번 더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익숙한 시각으로 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개인의 관찰을 넘어 시대 흐름에 집중하고자 ‘시대예보’라는 주제를 세상에 내놓게 됐습니다.”

멘토인사이드02
멘토인사이드02_1
멘토인사이드02_2
멘토인사이드02_3
홀로 선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자기 서사의 힘

권위주의의 해체, AI 기반의 지능화, 고령화로 인한 생애주기의 재구성 등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개인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핵개인’은 송길영 작가가 『핵개인의 시대』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키워드로 자신의 주체적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역시 핵개인의 시대에 맞춰 자기 삶을 재정비했다. 기존의 소속과 직함을 내려놓고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는 자기 정의를 통해 고유한 서사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시대의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뜻의 마인드 마이너는 그가 오랫동안 활동해 온 분야인 데이터 마이닝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핵개인의 시대를 말하면서 ‘과연 나는 핵개인인가’ 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핵개인의 시대』가 출간된 바로 다음 날, 홀로서기를 결심했습니다. 그날 저도 비로소 핵개인이 된 거죠.”
그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와 겸임교수로 강의하던 대학의 후광을 벗고, ‘송길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 세상에 홀로 섰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하고자 하는 핵개인들은 서로 대등한 협력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호명사회’는 조직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관계를 맺는 사회, 즉 자립한 핵개인들이 서로의 온전한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다.
“지금도 명함은 있지만 자기 소속을 앞세우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이미 핵개인으로 사는 분들인 거죠. 호명사회는 각자 자기 인생을 잘 살아낸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예요. 그래서 저는 종종 다른 분들에게 명함을 직접 만들어보라고 제안해요. 그게 동기가 돼서 세상과 연결되는 착점(着點)이 되거든요.”
그는 또 “명언처럼 멋진 말 대신 자기만의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빌려온 말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역시 ‘마인드 마이너’라는 자기 정의를 내리기까지 6년에 가까운 시간을 숙고했다. 이처럼 고유한 자기 서사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살아온 과정에서 비롯된다.
“행위로부터 의미로 올라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저도 여기가 끝이 아니라 정진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다른 이름으로 정의할 수도 있겠죠. ‘몇 년 차’로 언급되는 경력이나 직책이 대단한 보상처럼 다가올 때도 있지만 그때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지나온 세월보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는 것이 더 소중한 거죠.”

멘토인사이드03
멘토인사이드03
“지금도 명함은 있지만 자기 소속을 앞세우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이미 핵개인으로 사는 분들인 거죠. 호명사회는 각자 자기 인생을 잘 살아낸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예요. 그래서 저는 종종 다른 분들에게 명함을 직접 만들어보라고 제안해요. 그게 동기가 돼서 세상과 연결되는 착점(着點)이 되거든요.”
AI가 다 잘하는 시대, 인간의 깊이로 성장하기

‘이름을 가진 개인’이 된다는 것은 유명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AI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흐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외주와 대행을 통해서 해야 했던 전문적인 일들도 AI의 도움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송길영 작가는 “AI로 무장한 극단적 자동화의 시대에는 과거에 모든 것을 수공예로 만들던 장인과 같은 이들이 오히려 살아남는다”라고 설명한다. 기능적 효율 대신 ‘시간’을 들여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고 감성적인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장인이 운영하는 초밥집 역시 숙련을 통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처럼 각자 갈고 닦은 기예를 펼치며 고객을 만나는 일터는장인들의 ‘무대’다.
그의 강연이나 북 콘서트에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찾아오는 교사가 많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고 배우려는 교사들의 열정에 놀랄 때가 적지 않다.
이처럼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기보다 스스로 삶의 동기를 고민하고 태세를 점검하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깊이를 결정하는 창의적 태도가 더 중요해진다. 송길영 작가 역시 그동안의 성취보다 앞으로의 성장에 집중하며 끊임없는 반성과 점검을 통해 자기만의 창의적 서사를 써나가려고 한다.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