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께서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그게 마르코로호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마르코로호’는 단순한 수공예품을 넘어,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인생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든 할머니들의 손길 덕분이다. 20대 청년이던 신봉국 대표는 어떤 계기로 이 뜻깊은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글 장정현 l 사진 성민하 l 영상 이한솔
“할머니들께서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그게 마르코로호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마르코로호’는 단순한 수공예품을 넘어,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인생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든 할머니들의 손길 덕분이다. 20대 청년이던 신봉국 대표는 어떤 계기로 이 뜻깊은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글 장정현 l 사진 성민하 l 영상 이한솔
“그냥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마르코로호는 할머니들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매듭 팔찌와 반지를 통해 시간과 기억 그리고 마음을 엮어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마르코로호를 이끄는 이는 젊은 사업가 신봉국 대표다.
초등학교 교사로 1년간 근무한 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후 신봉국 대표는 자신을 흔드는 한 통계와 마주했다.
“2013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여성 노인들의 이야기는 젊은 교사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전역 후 당장 복직하는 대신 그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질문을 던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단발적인 기부나 봉사로는 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여성 노인의 경제적 자립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을 통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사회적 기업 브랜드 ‘마르코로호(MARCOROHO)’가 탄생하게 된 계기죠.”
‘마르코로호’는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마르코로호를 통해 ‘할머니들의 행복한 일상을 함께 만드는 것’, 신봉국 대표에게는 그것이 도전이었다. 그가 브랜드를 통해 꿈꾸는 건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신봉국 대표가 브랜드의 시작을 펼친 곳은 경북 상주였다.
“연고가 있어 상주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상주가 김제 다음으로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높은 곳이더라고요. 처음엔 우연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미 있는 선택이었죠.”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서 ‘손재주’를 가진 노인들이 자기 삶을 이어가는 방식은
더욱 특별하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삶의 활기를 찾는 게 더 중요해요. 팔찌나 반지를
만들기 위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놀리는 그 시간이 치유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는 할머니들을 단순한 ‘노동자’가 아닌 브랜드의 ‘파트너’로 대한다.
현재 마르코로호는 서울·고양·상주 등 3개 지역에서 할머니 45명과 함께한다. ‘행복 지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은 각자의 손재주를 살려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할머니의 투박한 손길로 탄생한 제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재구매율이 20%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기획-교육-검수’의 과정을 거쳐요. 디자인팀이 트렌드를 분석해 제품을 기획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을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낯설어하시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 빠르고 꼼꼼하게 만드시죠.”
신봉국 대표는 할머니들의 성향과 능력에 맞춰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숙련된 손놀림으로 20분 만에 뚝딱 팔찌를 만들어내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서툰 솜씨지만 정성껏
한 땀 한 땀 반지를 만들어내는 할머니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만드는’ 행위를 넘어 그 과정을
통해 할머니들이 사회와 연결되고, 자기 존재 가치를 느끼는 데 있다.
할머니들과 함께 마르코로호를 이끌며 감동했던 순간도 많다. 월급을 받으면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늘 직원들을 먼저 챙겼다는 할머니, 새벽부터 일어나 귀한 떡을 사다 주거나 손수 기른 농작물을 나눠
주던 할머니는 잊을 수 없는 따뜻한 기억이다.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끈끈한 정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함께하고 교류하는 것 자체가
할머니들에게 큰 행복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저희 브랜드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마르코로호는 단순히 ‘행복한 일자리’를 넘어 ‘행복한 순간과 일상’을 선물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수공예라는 다소 비효율적인 방식에 관한 질문에 신봉국 대표는 오히려 그것이
마르코로호의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한다. 주문 제작의 경우 2주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들은 할머니의 손길이 담긴 특별한 제품을 기꺼이 기다린다.
“수공예라는 의미에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시간까지 더해져 제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집니다.”
그의 말처럼 느림의 미학 속에서 마르코로호만의 진정성이 빛나고 있다.
올해는 마르코로호가 첫발을 내디딘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팔찌로 시작한 마르코로호는 현재 반지, 발찌, 목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와 손 글씨, 손 그림을 담은 문구류까지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마르코로호는 올해 1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오랜 시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신봉국 대표는 그 이유를 제품에 담긴 가치와 진정성에서 찾는다.
“제품을 받아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공감한 고객들이 주변에 선물을 많이 해주는 등 자발적인 홍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말처럼 마르코로호는 착한 가치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제품 판매로 얻은 순수익의 20% 이상을 할머니들의 행복한 일상을 위해 환원하고 있어, 선순환 구조의 모범이 되고 있다.
신봉국 대표는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며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만 인지해도 주변 노인분들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외침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진심 어린 당부였다.
특히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그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노년층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노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난 10년간 할머니들에게 행복한 일상을 선물하며 성장해 온 마르코로호. 앞으로의 10년 역시 그 따뜻한 여정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수제 반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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