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방문자인 우리는 여권과 명함, 방문 목적을
제출하고 출입 허가를 기다려야 했다. 반면 안내를 맡은 중국 관계자는 모니터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신원이 즉시 확인됐다.
‘페이스 테크(face tech)’는 얼굴(fa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얼굴을 인식하거나 분석해 사용자의
신원, 감정, 행동 등을 파악하고 이를 서비스나 인터페이스와 연결하는 기술이다. 또 기계에 감정 표현이나
얼굴 모사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도 페이스 테크의 일종이다.
이 기술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고성능 센서, 에지 컴퓨팅* 등의 발전과 함께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에지 컴퓨팅: 데이터를 생성한 단말기나 인근 서버에서 직접 처리하는 기술로, 클라우드보다 응답속도가 빠르고 네트워크 사용량이 적음
페이스 테크가 특히 발달한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통해 일부 매장에서 얼굴 인식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얼굴을 인식해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 기능을
2017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클로바 페이스사인’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출입, 시스템 로그인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얼굴을 인식한 로봇
‘루키’가 사용자를 찾아가 커피를 배달하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페이스 테크는 자동차산업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차량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운전자의 생체리듬과 주행 환경에 따라 실내조명의 색상, 밝기, 패턴이 변화하는 ‘휴먼 센트릭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교육 분야에서도 페이스 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영국의 일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학생의 표정 변화를 감지해 집중도를 분석하고, 이해도가 낮다고 판단되면 설명을 반복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온라인 교육 전문 기업 엘리스는 AI 기반 안면 인식 기술로 학생의 집중도를 파악하고,
부정 행위를 감지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
뷰티 산업에서도 페이스 테크는 고객 경험과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 로레알은 AI 얼굴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을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뷰티 미러’에
탑재해 선보였다.
이처럼 페이스 테크는 고객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는 동시에,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CES 2025에서 공개한 아모레퍼시픽 마이크로 LED 뷰티 미러 (*출처: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1784, 커피를 배달하는 로봇 루키
(*출처: 네이버랩)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 페이스 테크는 이제 사물이나 기기에 표정을 부여해 사용자에게
인류애를 느끼게 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 엑스의 신모델 ‘러봇 3.0’은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따뜻한 기술을 지향한다. AI
성능 향상과 고감도·고화질 카메라를 갖춘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기억하며 가족처럼 함께하는
존재를 목표로 한다.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 역시 목소리와 얼굴을 인식해 사용자를 식별할
뿐 아니라 커다란 눈과 화면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처럼 페이스 테크는 사용자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회원 3만여 명의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이유로 ‘월드코인’
재단에 약 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렇듯 생체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감정 상태를 기반으로 한 ‘개인 감정 데이터’의 수집과 기록은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굴 인식 기술의 정확도와 보안성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럽연합은 일반정보보호 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통해 얼굴 인식 기술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페이스 테크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이 사람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가 기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더욱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감하는 가족으로 진화하는 러봇 3.0 (*출처: LOVOT 홈페이지)
교감하는 가족으로 진화하는 러봇 3.0 (*출처: LOVOT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