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초등학교에서의 센스 & 뉘앙스 & 눈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 ‘라희쌤’을 소개하는 문구다. 이승희 교사의 SNS 채널에서는 말 그대로
초등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센스와 뉘앙스를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부모 총회에서
중요한 것’, ‘학부모 상담 시 중요 포인트’ 같은 콘텐츠는 초등학교 생활에서 터득한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라희쌤 덕분에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라희쌤’의 시작은 글쓰기였다. 2015년, 한 동료 교사가 “자기 경험을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며 글쓰기를 권했다. 그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마치 일기장에 속삭이듯 학교에서 겪은 일과 교사로서의 솔직한 생각을 적었다. 그의 글에 공감하는 독자가 하나둘 늘었고, 어느새 ‘교육 인플루언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전환점은 2022년이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서 ‘MZ세대 교사 작가 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이승희
교사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MZ세대 동료 교사들과 함께 첫 책 『교사라는 세계』를 펴냈다. ‘2030
교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교직생활’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는 학교와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을 출간하고 나니 더 많은 사람에게 학교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책을 소개하는 동시에,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죠.”
채널을 처음 열었을 때는 영상 하나의 조회수가 10회를 넘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꾸준히 이어온
노력은 결실을 보기 시작했고, 구독자도 점점 늘어갔다. 2025년 4월 기준, 유튜브 ‘라희쌤’ 채널의
구독자는 약 3,000명, 누적 조회수는 88만 2,000회에 이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궁금한 게 많아 담임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할까 고민했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모)
“선생님 영상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진짜 사이다예요!” (현직 교사)
‘라희쌤’ 채널의 매력은 단연 솔직함에 있다. 교육 현안에 대한 직관적인 의견, 현장감 넘치는 학교 이야기 덕분에 댓글 창에는 “후련하다”, “시원하다”라는 표현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승희 교사에게 SNS 채널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다. 교사로서의 발언대이자 학부모와 마음을 나누는 소통
창구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채널에는 아이들과 꾸민 교실, 함께 만든 뮤직비디오, 수업과
연계된 활동 영상도 자주 올라온다. 영상 속 자신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2024년에는 『뉴스 먹는 초등 문해력왕』을 출간하며 문해력 교육에도 깊이 발을 들였다. 문해력은 이승희 교사가 평소
‘교사로서 꼭 챙겨야 할 기본’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그는 교재뿐 아니라 수업 자료, 교사 생활 팁 등을 SNS 채널을 통해
꾸준히 공유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건넨다. 작가이자 교육 인플루언서로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이런 활동으로 큰 소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돈’이 아닌 ‘감사’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학교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할 뿐인데, 저한테 ‘감사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동료 교사들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줘서, 학부모는 궁금증을 풀어줘서 고맙다고 하죠. 그리고 공통으로 ‘아이들을 사랑해
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사실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마음조차 고마워해 주는 걸 보면 제가
더 감사하고 감동하게 돼요. 그래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교사로서 올바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2030세대 교사. 이는 단순히 젊은 교사를 뜻하지 않는다.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며,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이승희 교사 역시 그 가능성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교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연구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거든요. 원래
목표와 달리 교육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한동안 방황도 했죠. 그런데 교생실습을 하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아이들과 어울리며 ‘교사로 산다는 건 힘들지만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받을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거든요. 그 이후로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교육에 임해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학교는 제게 둥지처럼 느껴져요. 제가 꼭
있어야 할 자리라고 여기고요. 이제 제가 할 일은 이 둥지를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거라고 믿어요.”
당찬 말과 행동, 솔직한 생각 뒤에는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과 아이들을 향한 이승희 교사의
진심이 있다.
“저는 초등 교사로서 동료들에게 글을 쓰거나 책을 내고, SNS 채널을 운영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권해요. ‘악플이 달릴까 봐
두려워요’,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늘 ‘일단 도전해 보라’고 말해요.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훌륭한 콘텐츠로 수업하는 분이 많아요. ‘이런 걸 보겠어?’, ‘누가 궁금해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 교사의 일상에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요. 또 수업을 위해 쏟은 정성과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죠. 우리 선생님들의
귀한 경험과 생각이 책이나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교육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 소통에 능숙한 학부모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그의 활동은 교사들에게 훌륭한 지침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 성장하는 교사들. 이승희 교사는 그런 교사가 더 많아지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