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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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2 Vol.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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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누기

좋은 사람 좋은 생각

우리에게는 인정적정

필요하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인지심리학자, 게임문화재단 이사)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불안하다. 조용하면 조용해서, 어수선하면 어수선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는 ‘안전’과 ‘안정’이 사라진 듯하다.
안전한 공간, 안전한 사람, 안정된 직업, 안정된 일상이 없다. 불안하다.
지난 해 발간한 저서, 「적정한 삶」 작가 소개란에 “사람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이라고 써놓았듯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불안’에 집중한다.
불안의 시대를 종식할 방법은 없을까? 김경일 교수에게 물었다.

이성미 / 사진 김수

이해하는 척하려고 하지 말고, 그러지 못한 것에 자책하지도 마세요. 우리나라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힘듭니다. 대신 나를 인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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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불쾌한 감정, 불안

곰곰 반추해보면, 살면서 우리는 불안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새 학기, 숙제 검사, 시험, 성적 발표. 학창 시절만 놓고 봐도 우리는 시시각각 가녀린 마음을 파르르 떨며 살았다.
늘 불안의 시대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이 불안을 연구한 것만 봐도 불안은 어제오늘 생긴 새로운 감정이 아니다. 김경일 교수도 오랜 시간 불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불안이란,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가질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이 불안에 관심을 두는, 그리고 최악으로 꼽는 이유는 불안이 슬픔·분노·고통·우울· 상실감 등 부정적 감정의 증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무 큰 불안은 비관으로 이어진다.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김경일 교수는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싶다면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제거하라”라고 조언한다.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넌 알 필요 없어”, “왜 그런 것까지 알려고 해?”라고 사실을 가리려 하기보다는, 나쁜 상황이라도 정확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뭔가 감추고 있다고 여겨지면 불안은 가중된다. 팬데믹 시대,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은 공동체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것이다.”(「적정한 삶」 중) 또 하나의 방법은 만족감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만족에 둔감하다. 불안에 예민한 만큼 조금 더 세밀하게 만족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불안에서 적성 찾기

불안은 학교 안에도 있다. 불안은 ‘지금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나?’ 하는 의문에서도 찾아온다. 적성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고민이 이미 사회에 진출한 후에야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아닌 타인, 특히 부모가 원하는 것이 적성인 줄로 알거나 막연히 재능이 있는 것을 적성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사람이 ‘빨리 끝내는 일’, ‘성과를 내는 일’을 적성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일과 비교해 자주 불안을 느끼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적성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는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즐기는데, 학교 밖에 있는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가늠한다는 것이다. 김경일 교수는 이런 상황을 “직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정에서 예측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같은 공간에 있는 직장 상사나 동료가 누구보다 잘 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 대한 단서는 교사가 더 잘 발견할 수 있고, 아이를 바라보는 눈도 교사의 눈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교사는 아이가 즐기는 일이 무엇인지에서 적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불안을 느낀 아이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기 위해 스스로 싸우면서 즐거움을얻고 동기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적성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까다로운 취향과 기준도 생겨야 한다. 불안이 이를 도울 수도 있다. 불안은 부정적 피드백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불안은 에너지로 치환되기도 한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픈 불안이 행동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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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떤 일에 예민하고 까탈스럽게 반응하며 받아들이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교사예요. 따라서 적성을 찾는 일은 교사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대신 아이가 실패하고 상처받았을 때 보듬어주는 건 부모의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적성은 부모가 찾고, 정신적 위로는 교사가 하길 바라죠. 이러한 역할의 비율을 완전히 0 대 100으로 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누가 어떤 역할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불안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부모가 나서야 한다. 함께 불안해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학교라는 공간,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예측하며 함께 대화를 나눠보자. 겁을 줄 필요는 없다. 정보 전달 역시 적정하게, 선을 지켜야 한다.

나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라

김경일 교수가 교육계에 바라는 한 가지는 “교사가 먼저 굴레를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사가 되기까지 모두가 같은 길로 달려 똑같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은 모두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놓고 교육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교사 한 명이 타개하기는 어렵다. 그들에게 요구해서도 안 된다. 다만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바로 인정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 안 듣는 아이를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말 잘 들으며 자라온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렇죠. ‘나는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래?’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럴 때는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인정하세요. ‘나는 너를 이해할 만큼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해’라고요. 그리고 ‘네가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줘’라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이해하는 척하려고 하지 말고, 그러지 못한 것에 자책하지도 마세요. 우리나라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힘듭니다. 대신 나를 인정하세요.”
어쩌면 우리는 굴레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데 다 자라고 보니 내가 당연한 듯 짊어지고 살아온 굴레를 다음 세대는 짊어지고 있지 않다.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기서 충돌이 생긴다. 그런다고 “과거가 좋았다”라고 향수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사회는 앞으로도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인정할 수밖에. 대신 나의 다양성도 인정받아야 한다. 김 교수가 바라는 세상도 다양함을 인정하고, 적정한 속도와 선을 지키는 사회다. 존중받아야 할 다양함이 멸시나 배척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다. 가짜 다양성이 사라지고, 정당한 고민이 인정받으며, 건강한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 인정과 적정이 존재하는 사회 말이다.

적정한 사람이 만드는 적정한 삶

발전을 거듭하던 우리 앞에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인지심리학자이자 교육자이자 부모이기도 한 김경일 교수에게도 분명 큰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굳이 불안을 좇지 않는다. 대신 전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아마 ‘한국’이라는 사회가 외국 사람들 눈에 자주 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특히 외국 인지심리학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면, 그들은 ‘정말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해해요. 대한민국 학생 대부분이 시간을 지켜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선생님과 마주 보고, 온·오프라인으로 계속해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한 모양이더군요. 그런 것을 보며 저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일죠.”
어쩌다 어른D 출연 모습 [출처: 사피엔스 스튜디오 공식유튜브]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둔 지금이 누군가의 소중함을 알아챌 적기인지도 모른다. 김경일 교수의 저서 「적정한 삶」에도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바쁘고 자극적인 일상과 거리를 둔 지금, 소중한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소하고 따뜻한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을 지혜로운 만족의 상태로 안내할 것이다. 평범하고 착한 당신이 느낄 일상의 작은 감사가 고통을 맞닥뜨린 순간 이겨 낼 힘이 되고, 건강하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불안의 시대를 살 것이다. 다만 김경일 교수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도달하고픈 결론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치유될 수 있다.” 우리는 불안하다. 앞으로도 불안할 것이다. 종식될 수 없는 불안의 시대, 사람에 대한 만족으로, 그리고 인정(認定)과 인정(人情)으로 적정한 삶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