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 데드크로스,
저출산이 가져올 경제 위기
1971년 100만 명을 넘던 신생아 수가 2002년 49만여 명으로 떨어지더니 2020년에는 27만2,000명으로 또 반 토막이 났다.
2021년은 대한민국 총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첫해로 기록되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최초로 겪은 후 2022년 해외 유입 인구를 포함한 결과다.
이대로라면 한국 인구는 점차 감소해 2117년에는 1,51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보고서가 그린 한국의 미래다.
인구는 급감하는데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라 일할 사람도 없다. 977만 명인 서울 인구도 100년 뒤 27% 수준인 262만 명으로 급감하고, 지방은 도시 규모를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사람 수가 줄어드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과 동시에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기존 피라미드형에서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면서 사회 시스템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저출산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글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 이코노미」라는 책을 발간했다.
예측된 운명, ‘인구 데드크로스’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가임기 여성의 수를 보면 출생아 수를 대략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고령자 수를 보면 사망자 수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인구 중 출생, 사망에 의해 변화하는 인구보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인구가 훨씬 많다.
그래서 장기적인 인구 추이는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급격히 선회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19세기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인구 변동은 운명이다”라고 말했다.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 )’이라는 용어로 유명한 인구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인구구조는 가장 훌륭한 선행지표다.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인구 구조적 추세를 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구는 많은 미래 경제 변수 중 가장 예측 오차가 적은 변수다. 동시에 인구는 경제성장의 핵심 변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제 전문가들이 특정 국가의 장기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가장 먼저 보고 가장 중시하는 지표가 인구다. 그런 면에서 출산율 급락과 인구 감소는 향후 우리 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시사하는 매우 신뢰할 만한 신호라 할 수 있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면서 사망자 수보다 적어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라고 부른다. 주식시장에도 데드크로스가 있다. 주가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뚫고 아래로 떨어지는 때를 말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약세장으로의 강력한 전환 신호로 해석한다.
국가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그 나라 경제 하강의 강력한 전환 신호로 봐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 감소, 즉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었다.
2019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5개월째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외국으로부터의 인구 유입 같은 특수한 요소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나고 죽는 ‘토종 한국인’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인구 절벽’과 길을 잃은 세대들
인구구조에 기반해 각 나라의 경제를 전망하고 이를 이용해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해리 덴트는 2015년 발간한 저서 「The Demographic Cliff 」에서 ‘인구 절벽’의 개념을 소개했다.
인구 절벽은 한 나라에서 40대 중·후반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40대 중·후반은 개인의 생애 주기로 볼 때 평균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다.
해리 덴트는 인구 절벽 이후 경제 전체적으로 내수 소비가 정점을 지나고 하강 국면에 접어든다고 했다.
해리 덴트는 한국의 인구 절벽이 2018년에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장기 소비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들이 평균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를 45~49세라고 봤다.
특히 일본의 경우 1949년 출생자가 가장 많았고, 이들이 47세가 된 해인 1996년 일본의 소비 흐름이 정점에 달했으며,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한국은 1971년에 출생자가 가장 많았으므로 이들이 47세가 되는 2018년 이후 한국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45~49세 인구는 2018년 456만 명으로 정점에 달한 후 2024년 386만 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후 잠시 증가세로 돌아서 2028년 411만 명까지 늘어난 후 지속해서 줄어든다. 즉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6년에 걸쳐 소비 주력 계층인 40대 후반 연령대가 15%나 급감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2024년은 1955~1963년 태어난 우리나라 베이버부머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 현재 20대 청년층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이 장기화하는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은 취업하지 못하고, 중년층 인구는 급감하고, 장년층은 은퇴를 맞는 시기가 겹친 셈이다.
생산 연령 인구 감소, 경제 위기에 직면한 우리
더 우려되는 것은 15~64세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다. 생산 연령 인구는 소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생산에 중요한 노동력의 척도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는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그 나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대부분 경제 전망 기관과 국제기구가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주된 이유도 우리나라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출산율 급감으로 우리나라의 생산 연령 인구는 이미 2018년 3,765만 명까지 늘어난 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18년 이후 생산 연령 인구가 2023년까지 5년 동안 약 100만 명, 2028년까지 10년 동안 약 3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전체 인구 중 생산 연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5년 세계 최저인 50.1%로 낮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처럼 생산 연령 인구가 급감한다고 해서 심각한 실업 문제가 당장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생산 조정 및 고용 축소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생산 연령 인구가 감소한 OECD 국가들을 살펴보면, 생산 연령 인구 감소 이후 4년간 실업률은 평균 3%P 상승했다.
이는 생산 연령 인구 감소가 경제 위기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산 연령 인구 증가세 둔화와 연관된 수요 감소, 생산 위축, 재정 악화 등이 경제 위기를 유발했다.
주택 구매 연령대 인구가 줄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으며, 내구재 구매 연령대 인구가 줄면서 제품 수요가 줄어 경기가 둔화했다.
세금을 내는 청년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재정 지원을 받는 고령 인구는 증가하면서 재정 적자는 늘고 국가 부채는 급증했다. 수가 줄어드는 청년층보다 수명이 늘어난 다수 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재정 및 연금 개혁은 미뤄졌다.
인구 감소가 우리 경제에 직면한 위협임을 직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