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서천군청
해 뜨는 서해의 포구와 선홍빛 겨울꽃
충청남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서천군은 오밀조밀 굴곡 많은 서해의 해안선 형태만큼이나 볼거리가 참으로 다양한 고장이다.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한산모시와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소곡주라는 특산품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이곳은 모래로 된 해변이 펼쳐지는 춘장대해수욕장,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금강하구,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나는 홍원항과 마량포구 등 천혜의 자원을 여럿 거느린 곳이기도 하다. 관광 측면에서는 최근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해에서는 드물게 해맞이가 가능한 마량포구,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동백정, 피톤치드 향 가득한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 겨울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로 가득한 신성리 갈대밭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울창한 송림 가로지르는 하늘다리에서 바다를 만나다
최근 서천에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장소는 장항송림이다. 서천 장항읍의 바닷가에 펼쳐진 장항송림은 남북으로 약 1.8km에 이르는 해변에 형성되어 있는 품이 넓고 깊은 해송 군락지를 말한다. 서천군은 천혜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이 숲에 산책로를 개설하고 벤치와 원두막 등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등 숲 전체를 ‘장항송림산림욕장’ 이라는 이름의 힐링 공간으로 조성했다. 숲 안으로 한 발짝 들여놓으면 금세 늘 푸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새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와 함께 맑은 솔향이 가슴 깊은 곳까지 깨끗하게 씻어내는 느낌이다.영화 속 주인공 되어 갈대밭 걸어볼까
신성리 갈대밭은 순천만 갈대밭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갈대 명소로 손꼽힌다. 서해안고속도로 동서천 IC와 가까워 신성리 갈대밭을 첫 번째 혹은 마지막 여행지로 삼기에도 좋다. 한산면을 지나 청양·부여 방면으로 달리다가 신성리로 우회전하면 길이 갈대밭으로 이어진다. 일직선으로 뻗은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도로의 막다른 곳까지 다다르면 황량한 논밭 사이로 금강의 범람을 막는 제방이 보인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기나긴 제방에 올라서면 마침내 눈앞에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추위 잊게 하는 조개 듬뿍 해물칼국수
서천은 바닷가 고장답게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먹거리를 접하기가 수월하다. 주꾸미, 전어, 꽃게를 맛보기 위해 서천을 찾는 외지인들 덕에 봄과 가을철 주말에는 홍원항 인근이 인파로 북적이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등 다채로운 조개를 넣은 뜨끈한 해물칼국수가 제격이다. 조개를 푸짐하게 넣어 끓인 시원한 국물은 바닷바람으로 인한 추위를 달래기에도 좋다. 특히 마량진항 가는 길목인 서면에 자리 잡은 모시랑해물손칼국수(041-952-3460)는 모시조개를 듬뿍 넣은 해물칼국수가 대표 메뉴인 식당으로 칼국수에 겉절이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맛이 기막히다. 마서면 덕수궁해물칼국수(041-956-7066)와 하구둑해물칼국수(041-956-3366)도 믿고 찾을 만하다.문헌서원에서 맛보는 몸에 좋은 한정식
서천군 기산면 영모리에 위치하는 문헌서원은 한산 이씨 명조 선현 8위를 제향하는 서원으로 1594년(선조 27년) 창건되었다. 이후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사라졌던 문헌서원은 1969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문헌서원에서는 ‘문헌전통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통 가옥 숙박을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헌전통밥상’을 예약해 맛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텃밭에서 기른 신선한 재료와 함께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정성과 영양 가득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전통밥상은 전화(041-953-5896) 예약을 거쳐야 한다.못생겨도 영양 풍부한 겨울 별미 물메기탕
못생겼지만 맛 좋기로 소문난 물메기는 겨울철 서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가장 인기 좋은 생선의 하나로 손꼽힌다. 겨울 별미로 명성이 자자한 물메기는 살이 부드러워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식감이 특징이며, 콜라겐이 풍부하게 함유된 고단백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잠뱅이, 물꽁이라고도 부르는 물메기는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종 해산물은 물론 과일, 농산물까지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천특화시장에 가면 바로 이 물메기를 직접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천특화시장은 1층이 수산물 코너, 2층이 식당이므로 이곳에서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보고 시원한 물메기탕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